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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본당 방역봉사 현장을 가다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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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 “공동체 지킬 수 있어 큰 보람”
매 미사 전 신자들 체온 확인
미사 후에는 성당 곳곳 소독

방역출입 익숙지 않던 신자들
봉사자들의 안내로 능숙해져

자가격리 등 어려움 겪었지만
안전한 미사 위해 기쁘게 봉사

방역봉사자들은 모든 미사 후에 신자들이 머물렀던 성당 곳곳을 소독한다. 1월 16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오전 7시 미사 후 한 남성 방역봉사자가소독하고 있다.

2020년 1월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된 이후 전국으로 번진 코로나19는 교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제한된 인원이라도 미사를 꾸준히 봉헌하도록 지치지 않고 봉사를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매 미사 전 신자들의 입당을 돕고 미사 후엔 성당 안팎을 소독하며, 신자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돕는 각 본당 방역봉사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팬데믹 시대, 수원 정자동주교좌본당(주임 이병문 야고보 신부)의 방역봉사 현장을 찾았다.

■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나중에 가는 이들

“자매님, 모자 때문에 체온 체크가 잘 안 되는 거 같은데요. 모자를 살짝 들어올려 주시겠어요?”

“수녀님, 휴대전화를 조금만 뒤로 빼서 대보시면 입장 QR코드가 잘 찍힐 거예요.”

1월 16일 오전 6시30분, 주일 첫 미사 봉헌 30분 전이다.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 1층 입구에선 4명의 봉사자들이 미사 참례를 위해 온 신자들을 맞이하는데 여념이 없다. 우선 성당 입구에서부터 신자들이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도록 안내하고 체온을 잰다. 정상 체온이 확인된 신자들을 대상으론 입장을 위한 QR코드 및 신자 바코드를 확인한다. 백신 접종완료가 확인된 신자들에겐 차례대로 손소독제를 짜주고 성당 안으로 안내한다. 제한 인원 숫자도 수시로 확인, 입장이 가능한 층으로 신자를 안내하는 것도 방역봉사자들의 몫이다. 방역봉사자들은 미사 시작 뒤에도 올 수 있는 신자들을 기다려 안내하고, 가장 늦게 성당에 들어간다.

오전 7시 미사가 끝나자 정후인(베네딕토) 본당 상임위원회 총무는 재빠르게 성당 2층으로 올라간다. 신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성당을 소독할 기기를 챙긴다. 성당 소독은 보통 남성 봉사자들이 맡는다. 소독약을 채운 기계 무게는 약 8㎏에 달한다. 봉사자들이 이 기계 2대를 이용해 성당 한 층을 소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 이번 주일엔 정 총무를 포함해 2명의 남성봉사자가 성당 1~2층 소독을 맡았다. 오전 10시30분 교중미사 땐 신자들이 성당 3~4층에도 입장하기 때문에, 소독해야 할 공간은 더욱 늘어난다. 모든 소독을 끝내고 가장 늦게 성당에서 나오는 이들도 방역봉사자들이다.

정 총무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신자들이 많았다”면서 “본당 상임위원회에서 방역 봉사 관련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본당 공지사항으로 계속 안내해 출입 통제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낯선 감염병에 관한 두려움으로 성당에 발길을 끊은 분들이 많은데, 철저한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고 안심하고 다시 성당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월 16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 1층에서 오전 7시 미사에 앞서 신자들의 손소독을 돕고 있는 방역봉사자들.

신자들이 빠져나간 성당을 소독하기 위해 정후인 상임위원회 총무가 소독기기에 약품을 채우고 있다.

■ 조금의 수고로 안전할 수 있다면

지금은 출입 통제를 비롯해 방역 봉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잘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정자동주교좌본당에서도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미사 중단을 계기로 방역봉사 체계를 잡았다.

본당은 그해 5월부터 본당 구역·반장과 제분과·상임위원회 위원 등 본당 단체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방역봉사단을 꾸렸다. 봉사자들은 연령대에 따라 평일과 주일미사로 나눠 방역봉사를 돕는다. 예를 들어 어르신 봉사자들이 많은 연령회의 경우 평일에도 시간을 낼 수 있어, 주로 평일미사 전후로 봉사에 나선다. 단체 봉사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횟수도 평균 월 1회로 정했다. 본당 상임위원회에서는 방역 봉사 매뉴얼도 만들어 단체 채팅방에 공지했다. 해당 매뉴얼에는 본당에서 사용 중인 소독기기 활용 방법, 소독약 취급시 주의사항, 코로나19 방역 단계별 신자 안내시 유의점 등을 담았다.

단체 봉사활동도 바쁜 상황에서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성당에 나와 가장 늦게 집으로 향하는 봉사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 답은 이날 본당 방역출입 봉사를 돕던 강정미(갈라)씨의 말에서 얻을 수 있었다. 2020년 5월부터 방역 봉사를 이어온 그는 지난해 4월에는 본당을 찾은 무증상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럼에도 항상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강씨는 “지금처럼 전자 출입이 본격 도입되기 이전엔 어르신 신자들을 위해 인적사항 수기 작성을 도와드리고 체온 체크를 해드리면서, 한 분의 신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역할이 참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본당 공동체를 위한 작은 시간과 노력이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총무도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의 보호를 위해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월 1회 봉사가 큰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고, 조금의 수고로 특히 본당 내 많은 어르신 신자들이 안전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면 그 가치가 더 크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 본당·신자 모두가 함께하는 방역

정자동주교좌본당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주일 평균 15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평균 참례자 수는 800여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본당은 신자들이 더 안전하게 미사 참례를 할 수 있도록 성당 입장 인원을 수용인원의 30%만 허용 중이다. 이는 정부지침 허용인원 50%보다 더 강한 조치다. 성당 좌석에도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 신자들이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무증상자 접촉으로 인한 감염 확산이다. 지난해 델타 변이에 이어 최근 오미크론 변이도 백신을 접종한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 이는 현재 방역 지침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다. 본당도 이를 알고 신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자제를 요청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시 방송미사에 참례하도록 안내한다.

이병문(야고보) 신부는 “미사에 참례하시는 모든 교우들이 안심하고 성당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며 “그 노력에 발맞춰 앞으로도 봉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현장에서 더 확실하게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