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말의 위력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4-06 수정일 2022-04-06 발행일 2022-04-10 제 3289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무리 좋은 충고나 조언이라도
과시 위한 무의식적 욕구로 인해
상대방의 기분 상하게 하기에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입에서 나오는 말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상담가들은 말은 보이지 않는 칼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세치 혀가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말 중에서 가장 좋은 말은 칭찬하는 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듯이 칭찬 한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주기도 한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충분히 받고 자란 사람들이다. 반면에 가출청소년들을 비롯한 문제아들이 가진 공통점은 칭찬결핍증후군이다. 칭찬을 듣지 못하니 부정적 관심이라도 받아보려고 사고를 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나 어른들이 던진 차가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서 평생을 가슴앓이 하면서 사는 경우들을 상담현장에서 보면서 말이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늘 느낀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아주 위력적인 수단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다. 오래된 속담이지만 진리이다. 가는 말이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데 오는 말이 고울 리가 없다. 결국 모든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세치 혀를 잘못 놀린 데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가 별로 개의치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일명 조언이나 충고라는 미명의 말들이다. 상담가들은 조언이나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위하기보다 자신이 잘났음을 과시하기 위한 무의식적 욕구가 깔려 있기에 아무리 충고를 하고 싶다하더라도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

꼰대유머.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이 수도원에 들어왔다. 매일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아 그래 여길 들어오길 잘했어’ 하고 스스로 칭찬했다. 그러던 중 젊은 수도자가 물었다. “세상살이가 어떠한가요?” 그는 “아, 세상은 그야말로 별 의미 없고 피곤하기만 하다네. 수도원에서 사는 게 아주 좋아. 자네는 좋은 선택을 한 거야. 가서 기도하시게”하며 답했다.

그러자 젊은 수도자는 무언가 안색이 불편한 채로 성당을 가더니 중얼중얼 기도했다.

무슨 기도를 할까 궁금해서 엿들었더니 이렇게 기도하더란다. “웃기고 있네, 지는 다 해봤으면서. 웃기고 있네, 지가 뭐가 잘났다고. 웃기고 있네, 지처럼 다 해봤으면 난 벌써 성인되었겠다.”

이처럼 말이 가진 힘이 크기에 말조심을 하라고 미사경문에 말로 지은 죄라는 기도문이 붙은 것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