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미소 / 민경화 기자

민경화 루치아 기자
입력일 2022-04-12 수정일 2022-04-12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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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편안한 표정을 지어주실 수 있나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가족 오홍진씨는 환하게 웃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여러 차례 셔터를 눌렀지만 표정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아들과 캠핑하고 야구도 하며 수없이 웃었을 오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2014년 웃음을 잃은 것 같았다. 이젠 아들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아도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 깊이 새겨진 상처.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은 오씨는 슬픔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이제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오씨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가 됐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는 손가락질에도 진실을 찾기 위해 길 위에 선 오씨는 “준영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슬픔을 누군가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그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은 8년 전에 멈춘 것일까. 악행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았기에 세월호 참사의 슬픔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전국 여러 교구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이 시대의 징표이기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고 정의를 세우는 여정에 동행해야 한다고 미사에 모인 이들은 강조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누리는 부활. 그 여정에 동행하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