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64.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44항)

입력일 2022-04-13 수정일 2022-04-13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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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간직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세상 환하게 만들어
부활하신 주님께 희망을 두고
일상에서 복음 살고 전하는 일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사명

“만약 이 밤 당신이 어둠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면, 아직 새벽이 오지 않은 날을 경험하고 있다면, 어둑한 빛이나 산산이 부서진 꿈을 경험하고 있다면 가서 부활절의 이 메시지에 대한 놀라움을 가지고 당신의 마음을 여십시오…. 왜냐하면 주님께서 언제나 당신보다 먼저 가시고 그분께서 언제나 당신 앞에서 걸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과 함께 삶은 언제나 다시 새롭게 시작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21년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 중)

■ 「간추린 사회교리」 1항–부활하신 그리스도

봄과 함께 주님 부활 대축일이 찾아왔습니다.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정권교체의 혼란, 사회의 갈등과 여러 안타까운 일 등으로 세상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희망 또한 분명히 존재함을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부활에 대한 확신이며(콜로 2,12) 그 확신은 세례를 통해 이미 시작됐습니다. 삶의 풍파와 시련, 죽음과 종말이 두렵지만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는 것이 부활을 믿는 신앙인의 삶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선(善)한 관심으로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부활하신 위대한 목자 그리스도를 우리 희망과 믿음의 대상이라고 공언합니다.

■ 복음 선포와 고난

이어지는 2항에선 복음 선포가 신앙공동체의 사명임을 강조합니다. 심지어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인내하며 힘을 다하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티모테오에게 보낸 두 번째 서간을 인용해 “사람들이 건전한 가르침을 듣기 싫어할 때가 올 것이고 자기네 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마음에 맞는 교사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언급합니다.(2티모 4,2-5) 여기에는 복음을 선포하다 박해를 받은 바오로 사도와 초대교회의 체험이 녹아 있습니다. 실제로 바오로 사도는 갖가지 고난과 죽을 위험을 겪으셨습니다.(2코린 11,16-23 ‘사도로서 겪는 고난’) 이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따라서 걸으신 사도 바오로의 신앙 여정이며, 환난 속에서도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걸었던 복음의 길입니다.

■ 복음을 살아감은 무엇일까?

일상과 사회에서 복음을 살고 전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욕심과 불의에 저항하면서도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지니는 것, 내 것을 잃어버리고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누군가를 돌보고 살리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며, 외적인 성과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웃을 중히 여기는 것, 말과 언변만이 아니라 침묵과 선행을 실천하는 것, 나를 드러냄이 아니라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요?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보다 앞서 가 계시고,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희망은 우리 모두에게도 희망입니다. 그런 희망을 갖고 우리도 용감하게 살아가자고 제안드립니다. 함께 손잡고 힘을 모으며, 연대하고 돌보고, 환대하고 서로를 진정 위해주면서 주님을 향해 걸어갑시다. 복음을 간직하고 실천하는 모든 노력들이 사회와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 줍니다. 복음의 길이 바로 인간과 세상의 길입니다.

“창조된 세상과 맺는 관계와, 창조된 세상을 다스리고 변화시키려는 인간의 활동, 곧 오만과 지나친 자기애로 날마다 위기에 봉착하는 인간의 활동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정화되고 완성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4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