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1)시간과 싸우는 프란치스코 교황 /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05-03 수정일 2022-05-03 발행일 2022-05-08 제 3293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난 몇 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극도의 좌절감을 느꼈다. 우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그의 부단한 노력과 호소는 완전히 무시됐다. 교황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교황을 좌절시키고 있다. 전쟁이 내일 당장 끝나든 더 오래 지속되든, 또 다른 문제가 그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그의 나이와 의심스러운 건강상태다.

교황청 공보실은 지난 4월 22일 교황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공보실은 자세한 발표를 꺼렸지만, 교황은 같은 날 보도된 아르헨티나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교황을 괴롭히는 것은 무릎뿐만이 아니다. 교황은 좌골 신경통을 앓고 있으며,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교황의 체중은 즉위 당시보다 훨씬 늘었다. 게다가 교황은 지난해 7월 대장의 1/5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교황은 10일 동안 입원을 했고 추가 요양 시간 없이 정상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의 건강이 어떤지는 분명치 않다. 교황이 필요한 내용 외에는 알리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은 통증과 고통을 겪는 신체적 제한을 무릅쓰고 일을 계속하고 있다.

분명 교황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추측하게 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로마교회와 교황청의 아웃사이더로서 교회를 통치하고 살아남는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해 수술 뒤에는 교황이 암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몇몇은 교황의 ‘적’들이 소문을 낸 것이 아니라 교황이 스스로 이런 소문을 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교황은 더 많은 연설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목방문을 재개했다. 교황은 수술 뒤 세 차례 사목방문을 했으며, 올해 안에 네 번의 해외 사목방문이 예정돼 있다. 과연 이것은 교황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이 될까? 아니면 교황이 시간과 싸우고 있다는 표시인 것일까? 만일 후자라면, 교황이 전 세계 여기저기 사목방문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교황에게 남겨진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성령 강림 대축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 따라 교황청의 구조를 개혁하고 지도부를 개조하는 일이다. 교황은 또 새 추기경들을 서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황 선출권을 보유한 추기경은 117명이지만 연말이면 110명으로 줄어든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교황 선출권을 보유한 추기경 수를 120명으로 제한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지키면 10명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은 자유롭게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 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또 교황이 스스로 사직할 수 있도록 절차를 정하고 전임교황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서 성문화하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계주교시노드에 관한 더 많은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보편교회의 통치에 관해 심의하는 역할을 주거나 교계와 성직자를 위한 기구 이상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교황은 모든 세례 받은 신자들, 즉 평신도를 각성시키기 위해 ‘시노달리타스’라는 대담한 실험을 시작했고, 이들이 교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시노드는 그 자체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늙고 있으며 그의 건강도 자연스럽게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은 온 힘을 다해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교황은 여전히 더 많은 할 일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하고 단호하게 이러한 일들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