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예성 작가 ‘이 땅의 빛을’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5-10 수정일 2022-05-10 발행일 2022-05-15 제 329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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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전통 매듭 묵주… 신앙도 견고하게 이어지길
18~24일 갤러리1898 제3전시실
전통매듭 묵주·감실 열쇠고리
전시 수익금 전액 기부할 예정

국예성 작가가 만든 무지개 매듭 묵주. 국예성 작가 제공

전통 실로 엮어 만든 묵주와 전례력에 따른 다양한 색상의 감실 열쇠고리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5월 18~24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이 땅의 빛을’이란 주제로 개최하는 국예성(안젤라) 작가의 ‘전통 매듭 묵주&성물전’에서다.

끈에 묵주알을 꿰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기존의 묵주와 달리 국 작가의 묵주는 한 줄의 긴 끈으로 끊김 없이 엮어 제작됐다. 신앙도 끊기지 않고 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

또한 다채로운 색상의 여러 실을 겹쳐 단색의 단조로움을 탈피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국 작가가 처음 시도한 형태의 묵주 제작 방식이다. 최고급 전통 끈인 인견을 사용해 평생 쓸 수 있는 실용성도 가미했다. 빛깔이 더 고운 실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실크는 동물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나무에서 나오는 인견을 통해 자연친화적인 성격을 살렸다. 같은 의미에서 십자가도 나무만 사용했다.

국 작가는 이를 위해 1급 전통 매듭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는 “전시에서 선보인 형태의 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겹 겹쳐진 몇 십 미터의 긴 끈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전통 매듭 강사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 메인 작품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상의 ‘무지개 묵주’다. 창세기 9장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내용 중 무지개로 새로운 계약을 맺은 하느님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 국 작가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재앙과 경제난, 그리고 전쟁까지 겪고 있다”며 “주님께서 무지개 묵주를 보시고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시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재앙으로부터 구원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묵주와 함께 감실 열쇠고리도 볼 수 있다. 열쇠고리도 묵주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고, 색상은 전례력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했다. 열쇠고리의 매듭은 명동대성당 꼭대기의 십자가와 같은 전통적인 십자가 문양으로 표현했다. 그는 “주님의 집인 감실을 지켜야 된다는 마음에서 만들었다”며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을 담아 최대한 정성스럽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열쇠고리 상자도 외국에서 공수한 가장 좋은 재료를 사용했고, 그 안에 옥을 넣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국 작가는 “선한 마음으로 작업하니 주변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줬고, 장인들도 헐값으로 재료를 건넸다”고 밝혔다.

국 작가는 이번 전시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묵주 판매 수익금은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 감실 열쇠고리 수익금은 빈첸시오회를 비롯한 도움이 필요한 여러 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명동밥집이 지금은 초창기라 비교적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며 “그리 거창하진 않지만 내가 받은 탈렌트를 활용해 꾸준히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소속 본당인 서울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베드로 신부)에서 기부 전시회를 진행한 국 작가는 본당과 자매결연한 춘천교구에 수익금을 전액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2년 전 마흔이 돼서야 세례를 받고 뒤늦게 성경과 하느님께 푹 빠져 살고 있다”며 “하느님 섭리로 지금까지 이어온 만큼 작품 활동을 통해 주님의 도구로서 충실히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