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회개가 일상을 크고 작은 사랑으로 이끈다

입력일 2022-05-17 수정일 2022-05-17 발행일 2022-05-22 제 329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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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이 3년여 만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시성식에 환호했다.

성인은 초기 교회 때부터 성덕(聖德)이 뛰어난 이들에게 붙이는 수식어였다. 엄밀한 의미에선 교회가 장엄한 선언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한 이들을 가리킨다. 교회가 이렇게 누군가의 성성(聖性)을 공인함으로써 우리는 그 성인에게 전구를 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인의 성덕을 본받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더욱 성실하게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시성식을 통해 인도의 평신도 순교자를 비롯해 10명이 시성됐다. 각 성인들이 온 삶을 다해 실천한 그 사랑 덕분에 세상 곳곳에서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샤를 드 푸코 성인이 가난과 반목 등을 넘어서 보여준 사랑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푸코 성인은 세상 모든 이들이 나의 형제자매라고 외치며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물렀던 나자렛 예수님을 본받는 사랑의 삶을 살았다. 목자 없는 양떼들을 찾아, 그지없이 척박한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가 펼친 삶이었다. 특히 그 시작은 회개였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께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또 다른 사랑의 삶이 펼쳐진 것이다.

푸코 성인의 모범을 따르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등의 영성 가족들이 오늘날 찾은 ‘사하라 사막’은 가난과 차별 등으로 허덕이는 이들이 있는 빈민가나 노동현장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개개인이 찾아가야 할 ‘사하라 사막’은 어디인가.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깊은 회개만이 고통에 울부짖는 이웃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게 한다는 것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