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2)‘정상’으로 나아가려는 교황 /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05-18 수정일 2022-05-18 발행일 2022-05-22 제 329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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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탈피한 모습 보여
교황직 개혁할 것으로 기대
측근 아첨 꾸준히 거부하며
의지 이어가도록 기도하자

2013년 3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로마의 주교로 선출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내 전문가들은 그의 교황직은 ‘정상으로의 회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기경들은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인 교황이 교황청을 정화하는 것 이상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사용하자 추기경들은 교황이 교황의 신격화를 탈피하고 교황직을 개혁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고위관리와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여러 차례의 상징적인 행동을 통해 교황이 다른 신자들보다 더 거룩하거나 주님께 가까이 있지 않으며 그저 주교들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교황의 복장에 장식됐던 액세서리나 보석 착용을 거부했으며, 전임자들이 타던 고급 세단 대신 소형차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교황은 콘클라베에 들어가기 전 묵었던 숙소를 찾아가 직접 숙박비를 계산하기도 했다.

교황은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알현할 때 무릎을 꿇고 반지에 입 맞추는 전통을 멈추게 했다. 교황은 바오로 사도가 코르넬리우스 백인대장에게 했던 “일어나십시오. 나도 사람입니다”라고 전 세계에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교황직을 시작하며 선택한 거처였다. 그의 전임자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교황궁 안에 있는 교황의 전용 관저에서 살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의 선택은 검소함의 상징이며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증표로 칭송받았다. 그리고 아마도 ‘정상으로의 회귀’를 향한 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썩 좋은 숙소가 아니다. 하지만 교황은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지내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또 교황은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제들에게 자주 눈에 띄게 됐으며, 숙소에 머무는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다.

‘친숙은 경멸의 근본’(Familiarity breeds contempt)이라는 영어 격언이 있다. 여전히 로마에는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교황의 노력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성직자들이 많다. 이중 몇몇은 교황청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교황이 과거의 군주적 행동양식을 거부해 교황청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교황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의 배타적이었던 접근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교황의 신격화를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새로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골료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타나 “세상의 끝에서 온 로마의 주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 훨씬 전,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도 같은 자리에서 “추기경들이 먼 나라에서 온 새로운 로마의 주교를 선출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교황을 추구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로마의 본당들을 찾았으며, 전 세계 방방곡곡을 끊임없이 방문했다. 한 번에 2주가 넘게 해외 사목방문을 한 적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교황 복장에 전통적인 액세서리를 다는 것을 피했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개인 경당에서 집전하는 미사에 ‘일반인’들을 초청했으며, 함께 아침식사를 나눴다. 하지만 노년에 파키슨병을 앓게 되면서 더 이상 움직이거나 말할 수 없게 됐다.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자, 바퀴가 달린 ‘교황 의자’에 기대야 했다. 하지만 이 의자는 움직이는 작은 왕좌였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저 평범한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당시의 문제점에 기인한 것이었다. 결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큰 인기를 누렸고 존재만으로도 빛을 발했다. 그의 대변인 호아킨 나바로-발스를 비롯한 측근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카리스마를 이용했다. 그리고 노쇠해가던 교황은 만들어진 이미지와 측근들의 귓속말을 믿기 시작했다. 주변의 추기경들과 주교들이 공공연히 그의 은퇴를 이야기하자, 교황은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교황에게 붙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전통적인 칭호를 제쳐놓더라도, 베드로 사도좌에 앉는 모든 사람들은 ‘구세주 콤플렉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특히 측근과 주변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과장하게 되면 말이다.

지금의 교황도 같은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퍼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측근과 친구, 뒷받침하는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측근들의 찬양을 무시하고 그가 갖고 있지 않은 힘과 능력이 있다고 부추기는 무리들을 계속해서 거부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시대에 원기를 북돋고 우리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다. 이는 그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자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가 계속해서 이 의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