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3)누가 다음 교황이 될까?/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05-31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현 교황의 개혁 지지자와 생각이 다른 ‘진로변경파’
두 성향을 아우르는 후보, 예상치 못한 사람일지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릎 통증으로 휠체어에 의존하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85세인 교황은 신체적인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정신은 여전히 영민하다. 올 10월이 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넘어 1903년 이후 가장 나이 많은 교황이 된다. 당시 선종한 레오 13세 교황은 93세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제까지 교황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막바지에 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사람들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신세계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추기경들은 다른 모든 세례 받은 하느님의 백성과는 구별되는 고유의 역할로 로마의 주교를 선출한다. 이들은 과연 누굴 뽑을까? 상당히 많은 수의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치세에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알려진 교회의 선교 사명에 대한 청사진을 담은 「복음의 기쁨」을 열성을 다해 따르며,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에 담긴 교황의 뜻을 온 마음을 다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다음 교황으로 선출될 만큼 충분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추기경들이 ‘프란치스코 아젠다’를 계속 추진할지가 관건이다.

‘프란치스코 아젠다’의 중심은 세계주교시노드 개혁과 시노달리타스 추진이다. 그렇다면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차기 교황 물망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65살의 젊은 나이에 건강한 그가 오랫동안 교황직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대교구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66)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산에지디오 공동체 소속인 추피 추기경은 아프리카교회를 비롯해 공동체가 활동하는 여러 곳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올해 67세인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계속 추진할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평생 교황청 외교관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본당 주임이나 교구장을 맡았던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따르는 추기경들이 많은 만큼,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추기경들도 많다. 몇몇은 공개적으로 교황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예의바르게 갈채를 보내거나 침묵하고 있다. 이들은 ‘진로변경파’(Change the Course)로 칭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들 중 누가 주류가 돼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중에는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0)이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법 전문가인 에르되 추기경은 유럽주교회의위원회 위원장을 연임했고, 교황청의 공통어인 이탈리아어에 능통하다. 하지만 국수적인 헝가리 정부와 친밀한 그의 성향은 약점으로 꼽힌다.

스리랑카의 말콤 란지트 추기경(74)도 진로변경파의 호감을 살 수 있다. 교황청 근무, 교황대사직을 비롯해 교회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 장점이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은 추기경들 사이 타협의 결과로 뽑힐 수 있다. 여기서 타협의 결과란 프란치스코파와 진로변경파 사이의 중재자가 아니라 그저 여러 파벌에서 교황에 뽑힐 만한 충분한 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선 지난 12년 동안 주교성을 이끌고 있는 캐나다의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이 진로변경파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충실하게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따랐고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에서도 계속해서 주교성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그의 신학적, 사목적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 오는 6월이면 77세가 되며 전환기 교황으로는 안성맞춤이다.

피터 턱슨 추기경(73)과 찰스 보 추기경(73)도 지켜볼 만하다. 턱슨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고 동시에 상처도 받았다. 가나 출신의 턱슨 추기경은 성경학자이자 가톨릭 사회교리 신봉자로서, 전형적인 프란치스코파나 진로변경파가 아니라는 점을 호소할 수 있다. 미얀마의 보 추기경은 차별과 박해, 불의에 대항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 왔다. 살레시오회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한 적은 없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64)이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보 추기경의 용감한 사목활동은 분명 더 주목받을 것이다.

물론,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미지의 후보가 있을 수 있다. 로마의 주교는 라틴전례교회 출신이어야 했다. 하지만 동방교회에도 추기경들이 있고, 이들이 교황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바그다드 총대주교 루이스 사코 추기경(74)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50년 동안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추기경이 아닌 인물 중에 교황이 선출될 수도 있다.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가장 훌륭한 후보자를 찾기 위해 그물을 넓게 펼칠 필요는 있다.

베드로 사도좌에 앉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는 일은 교황의 몫이다. 교황이 추기경을 서임하는 일은 후계자 후보를 찾는 일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1월 새로 추기경을 서임할 것으로 보인다. 로마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것처럼, 다음 교황은 아직 추기경이 아닐 수도 있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