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병영일기]군종신부님들에 대한 감사 / 문상준 중령(진)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 합동참모본부
입력일 2022-06-07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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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레바논유엔평화유지군사령부(UNIFIL, United Nations Interim Force in Lebanon)에 근무할 당시 저는 프랑스군이 운영하는 공소에 다녔습니다. 공소에 함께 다니던 참모장(프랑스군 준장)님이 저를 부르더니, “레바논 동명부대에도 신부님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UNIFIL 내 신부님들을 모두 모시고 식사를 할 예정이니, 귀관이 한국군 군종신부님을 모시고 오라”고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명부대에 연락해서 신부님과 부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두 분께서 흔쾌히 승낙하셔서 한국 신부님도 사령부로 오시게 됐습니다. 저도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아일랜드, 스페인, 한국 이렇게 6개국에서 오신 신부님들이 모인 뜻깊은 자리에 신부님의 통역으로 함께하게 됐습니다.

저는 신부님과 다른 분들의 말씀을 통역하면서 세계 각국의 군종신부님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참모장님이 모든 신부님들께 “어떻게 군종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하시게 되셨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였습니다. 여섯 신부님 모두 하나같이 “저는 사실 군종교구로 오고 싶었던 생각이 없었습니다”라고 대답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신학생들의 신학교 생활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인내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신학생들의 삶을 보며 제 사관학교 생도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4년간의 생도 생활 역시 신학생들의 생활처럼 수도의 시간 같았습니다. 신부님들이 입는 수단이 속세에서의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색인 것처럼 생도들이 입는 정복도 수도자들이 입는 옷 색과 비슷한 회색입니다. 신부님들은 세속의 삶을 내려놓은 것처럼 제가 생도 시절에는 음주, 흡연, 혼인을 금하는 삼금(三禁) 규정을 지켰습니다. 신부님들은 로만 칼라를 착용해 하느님의 대리자라는 것을 표시하고, 군인들은 인식표를 착용합니다. 신부님들이 속세의 법뿐만 아니라 교회법을 지키는 것처럼 군인도 시민으로 지켜야 할 법뿐만 아니라 군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등 두 직업군 모두 제약이 많은 생활을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날 저는 각국 군종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군종신부님도 사제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며 군인으로서 살아가기 얼마나 힘들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섯 신부님 모두 “군종교구에서의 사목활동이 의미 있다”는 답변으로 결론을 맺으시는 것을 보고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군인인 저는 민간인보다는 제약이 많은 삶을 살지만, 어려운 일을 해결해 낼수록 군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군종신부님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저희 군인들을 위해 고생해 주시는 군종교구 신부님들께 짧은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 합동참모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