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어제와 다른 오늘 / 민경화 기자

민경화 루치아 기자
입력일 2022-06-07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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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와 이따금 부는 시원한 바람. 초여름, 강릉 바다를 찾은 외지인들은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해변 한쪽에선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다른 한쪽에서는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이곳을 찾는 이들은 ‘내년에 다시 와야지’라는 기대를 안고 강릉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바다가 남아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바다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뀔 뿐 아니라 상승한 해수면이 모래사장을 사라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0~50년간 강릉 해변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달라진 바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길었던 백사장이 짧아지고, 높아진 수온 탓에 풍성했던 바다 식물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간과 함께했던 피조물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어제와 다름없이 일회용품과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분별없이 자원을 소비한 오늘이 또 하나의 피조물을 사라지게 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지구의 온도는 100여 년 전보다 1.09℃ 높아졌다. 우리가 보낸 평범한 하루 동안 지구를 위협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지구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지구는 하느님이 만든 집이기에 잘 돌보는 것이 신앙인의 소명임을 교회는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한 노력, 피조물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를 기억해야 한다. 아름다운 바다를 더욱 오래 보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이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야 한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