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75.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17항)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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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형제애로 뭉칠 때 세계화는 기회로 다가온다
인류 직면한 문제 해결 위해선
책임감 있는 사랑 실천이 중요
형제애 통한 관계 형성이 핵심

한 소녀가 3월 13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평화의 깃발을 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림을 들고 서 있다. 교황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CNS 자료사진

“신앙의 기쁨은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적인 문화가 주는 기쁨이 아닙니다. 소비주의는 허영심을 만들 뿐이며 일시적이고 지나가는 쾌락을 줄 수 있지만 기쁨이 아닙니다. 저는 친교 안에서 함께 나누는 기쁨을 말하고 싶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28항 참조)

■ 탈세계화, 재세계화

세계화란 정치·경제·문화·사회 분야에서 세계적 교류가 증가해 개인과 사회가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대두됩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물가상승, 식량 및 물자 수급의 어려움 등 부정적 영향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고 국가 간 신뢰가 낮아지며 위기의식도 높아집니다. 경제안보,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정책적 대안이 요구됩니다. 또 세계화의 종언도 회자됩니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세계화를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며 이번 사태를 탈세계화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질서가 재편된 ‘재세계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고 다만 인류공동체가 향후 어떠한 관계망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대안과 전망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질서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올바른 관계의 핵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삼위일체의 신비는 인간이 타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인류가 어떤 관계성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고 말씀하셨고, 이는 곧 타인을 위해 사는 것임을 강조했듯, 관계와 친교의 핵심은 사랑과 나눔입니다. 2005년 한국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 리수화가 마을 촌장에게 묻습니다. “고함 한번 치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촌장은 “뭘 많이 먹여야지”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에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삶의 기본인 의식주의 중요성과 민생안정을 위한 위정자들의 책임도 묻어납니다.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안정은 중요합니다. 그것을 도외시한 채 개인과 사회의 행복과 평화를 이야기하기는 분명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관계성이 정립되지 않는 한 곳간은 인심이 아니라 욕심의 온상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참된 관계성은 선한 마음으로 존중하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얻어지지 않을까요? 이것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선의와 온기의 사람

올바른 관계성과 신앙을 빵의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을 통해서 더 깊이 바라봅니다. 빵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이 드러난 사건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위기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빵 때문에 그분께 몰려왔을 뿐 신앙은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군중은 빵의 왕을 원했으나 예수님은 단호히 거부하셨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책임과 존중의 태도를 제시합니다.(16항) 그것은 구체적으로 형제애, 사랑과 나눔에서 책임감 있는 실천을 뜻합니다. 세계화는 어떤 관계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핵심은 형제애를 통한 올바른 관계성의 형성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어, 인류와 대화를 나누시고, 구원과 정의와 형제애에 대한 당신의 계획을 인류에게 알려 주신다.”(「간추린 사회교리」 17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