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 / 이승훈 기자

이승훈 요셉 기자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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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이 지닌 감각 중에서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이 시각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말에서도 ‘보다’라는 말은 20가지가 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는 것이 우리의 사고와 언어에도 그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보는 것은 믿음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태석재단 구수환 이사장은 「우리는 이태석입니다」를 집필하면서 “본 것만 이야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눈으로 확인한 내용만 전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에게 신뢰를, 믿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구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를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구 이사장은 이 신부의 삶을 따르려 노력하면서 이 신부의 정신을 알리려고 투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 이사장은 “행복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신부 덕분에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본 적도 없는 이 신부를 믿고, 그래서 행복하다는 이 불교 신자를 보면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이 자꾸 떠올랐다. 무엇이 그를 보지 않고도 믿게, 그리고 그로써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는 “구 이사장을 보면서 이태석 신부의 하느님과 이태석 신부의 존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구 이사장이 믿은 이태석 신부의 삶이 누구보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 삶이었기 때문이다. “행복하다”는 그의 외침은 복음의 기쁨을 살아야 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너희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이승훈 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