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고맙고 고맙구나 / 신현욱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5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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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따로 지내던 아들이 작년 입시에 실패하여 서울에 소위 말하는 재수 유학을 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니 자주 보러 가게 되고 만나면 함께 식사하게 되는데요. 제게 익숙한 식사 전후 기도가 아이에게는 별나게 보였나 봅니다. 어느 날 불쑥 “아빠는 종교가 뭐예요?”라고 묻는 겁니다. 제 사정상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성가정을 이루는 것, 자녀에게 신앙의 토대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저를 돌이켜보면 신앙의 경험이 삶의 고난 가운데 있을 때 꿋꿋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으며 용기가 되었음을 생각합니다. 뒤늦게 발견하여 알게 된 아비의 신앙 모습이 아이에게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 또한 자기 삶 안에서 좌절도 하고 고통도 받겠지만 이제라도 희망하며 인내하는 용기를 배워간다면, 언젠가 함께 다시 재회하게 될 하느님 나라에서 더욱 기쁘지 않을까 합니다.

어릴 적 주일학교 학생만 수백 명이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놀랄 정도로 성당에 아이들이 없고 주일학교 운영이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요. 학업 성적으로 인생의 성패 여부가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요즘, 지식으로 알게 되는 세상보다 교우 관계나 갈등 속에서 얻어지는 지혜가 더 소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 모습이 어쩌면 딱해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그 또한 저의 몫이 아니며 아이의 몫이기에 옆에서 지켜만 보는 비겁한 아비일 뿐이지만 아이는 저의 기대와 자신의 바람에 맞닿는 삶을 살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몇 해 전 서울에서 주일학교 동창들을 수소문해 함께 모인 적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연락이 닿아 50명 이상이 모여 식사를 했고 한동안 연락하고 지냈습니다. 어릴 적 모습 또한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30년 세월을 흘러 만났지만 어색함은 없었고 서로의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처한 위치와 삶의 모양이 제각각인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참으로 여러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속에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힘들 때나 곤궁할 때 어쩌면 친구들 모습에서 협력자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저 또한 필요하다면 기꺼이 협력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저 혼자만의 위로와 구원을 바라시기보다는 작은 공동체로서 우리가 함께 구원받기를 바라시기에, 인연이 끊어질 수 있었던 어릴 적 친구들의 어려움과 신앙생활에 기꺼이 동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하였고 내가 성장하였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음에 감사하면서 기도 중 기억하곤 합니다. 고맙고 고맙구나! 형제여, 자매여.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