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학술대회 - 새 정부와 한반도의 평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7-26 수정일 2022-07-26 발행일 2022-07-31 제 330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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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는 7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고양시 일산성당 희년의 집 2층 강당에서 ‘새 정부와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2022년 국내 학술대회를 열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탈냉전의 종식과 함께 ‘신냉전’이 거론되는 전 지구적인 안보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처럼 급격하게 재편되는 국제 질서와 안보 환경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및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가톨릭교회의 공공외교와 평화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틀 동안 진행된 학술대회는 첫날, ‘최근 안보 환경 변화의 내용과 함의’를 주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북아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 새 정부의 외교 정책 현안과 전망을 점검했다. 둘째 날에는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가톨릭 공공외교와 평화운동의 방향’을 주제로 동북아 지역의 핵 확산 문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 공공외교와 평화운동의 전망을 모색했다. 발제 후에는 발제자들과 별도의 패널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각각 마련됐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새 정부와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마련한 2022년 국내 학술대회에서 7월 20일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백장현 박사(왼쪽에서 네 번째)의 사회로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제1일차 ‘최근 안보 환경 변화의 내용과 함의’

한미일 vs 북중러 양극체제… 한반도 위험 고조

■ 정욱식 소장(한겨레평화연구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북아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미국 주도의 반(反)러시아 연대 구성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오늘날 세계 질서의 핵심은 ▲경제기술 분야의 탈세계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도식 ▲미국 주도 군사동맹체제의 강화 등이다.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것이 양극체제, 즉 미국과 미국 주도 동맹체제 및 이에 대항하는 중국-러시아의 결속이다. 지난 6월 열린 나토 확대 정상회담은 이처럼 양극화된 국제질서를 드러내는 장이었다.

양극체제는 지구적 차원만 아니라 동아시아, 한반도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주도 대서양-태평양 동맹은 중국과 러시아를 결속시킨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미일 동맹과의 군사적 대결 상태 안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는 미국과 미국 주도 동맹체제에 대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된다.

2020년을 전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좌초, 북한의 핵능력 강화와 전략적 선택,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동맹 결속,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윤석열 정부의 등장 등이 맞물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실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결 구도가 과거에는 허상에 가까웠던 반면 오늘날에는 실재에 가깝다.

한반도 국제정치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양극체제가 고착될 위험성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北 비핵화 쟁점… 평화통일 고수해야

■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내용과 쟁점’

탈냉전이 끝났고 신냉전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은 대남, 대미 유화 국면을 조성하면서 한편으로는 강력한 폐쇄 노선과 핵개발을 추진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핵무력의 고도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문제 해결,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사상 통제 등의 정책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정치·경제와 군사·심리전 영역에서 유효하게 사용함으로써 한반도 질서를 주도하고자 할 것이다.

새 정부의 과제는 흔들리는 국제질서와 북한의 핵 위협 상황에서 국가 안전을 확보하여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핵 위협에 흔들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억제 체제를 갖춰야 한다.

현재와 앞으로 상당 기간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가 될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추구한다.

일부에서 통일불가론이나 통일재앙론 및 통일포기론 등 분단 고착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평화의 미명하에 분단 고착론을 분식하는 일이다.

하지만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원대한 민족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통일의 길이 어렵더라도 일관되게 추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남북한 주민이 하나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에 中과의 전략적 역할 압박하는 美

■ 김준형 교수(한동대학교)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해법과 대북 정책’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겉으로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유사성과 지속성을 보이고 있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유사성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외교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외정책의 2가지 핵심 전략은 첫째 힘의 우위, 둘째 맞춤형 네트워크 구축이다. 힘의 우위는 내부적 잠재력 향상과 함께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 가치외교의 공격적 시행 등으로 구성된다. 맞춤형 네트워크 전략은 안보, 정보, 가치, 경제 등 다양한 이슈별로 중첩적으로 맞춤형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전략적 역할을 확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와 한반도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이고 군비경쟁과 강대강 대결구조가 집중되는 곳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전략경쟁 심화, 국내 경제문제 등으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하락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과 공조할 것을 요구하지만 지나친 강경책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남북 모두 ‘강대강’ 나선다면 더 큰 위기 우려

■ 이승환 초빙교수(원광대학교) ‘북한의 대남정책과 향후 행보 전망’

향후 북한은 자력갱생을 기본으로 내부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를 위한 체제 정비·보강, 국방력 강화와 핵능력 고도화 집중, 미국의 대북 적대 및 제재에 맞서는 중·러와의 대미 공동전선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다. 동시에 이를 교란하는 한·미의 인도적 지원 혹은 협상을 위한 접촉 요구는 계속 거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 기간 동안 남북 간에는 군사 긴장과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동북아 신냉전의 기운도 확대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선제적 위기 조성’을 통한 국면 전환 시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는 ‘위기 뒤 대화’의 공식을 낙관할 수 없다. 남북 모두 ‘힘을 통한 평화’와 ‘강대강’에 나서고 북한은 선제 핵전략을 위한 전술핵 운용 체계와 작전 편제까지 완료했다. 현재 한반도는 소규모 충돌이 핵무기 사용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고 ‘위기 뒤의 대화’가 아니라 ‘위기 뒤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위기관리는 신뢰 형성의 토대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단기목표가 될 수 없는 비핵화를 남북 관계 전제로 내세우거나 한반도 냉전질서 유지에 미국보다 더 집착해 스스로 남북 관계의 장벽을 높이거나, 북한의 행동에 대한 분노로 대북강경책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제2일차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가톨릭 공공외교와 평화운동의 방향’

교회, 연대의 힘으로 핵확산 방지 여론 만들어야

■ 백장현 박사(대건 안드레아·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동북아 핵확산 억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의 요체는 남북한과 미·중 등 4국을 당사국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비핵지대 조약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가톨릭교회도 노력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11월 히로시마를 방문해 핵무기 보유 자체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세계 각국의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 2017년 11월 교황청에서 열린 ‘핵무기 없는 세상과 완전한 군축을 향한 전망’ 세미나에서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규탄해야 한다”며 핵무기 사용 억지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를 도덕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북핵 문제와 핵무기의 동북아 및 세계로의 확산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현안이다. 동북아 6국은 협상을 통해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안전 보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비핵지대 구축을 통해 핵확산을 막아야 한다.

교회는 평화의 명분과 연대의 힘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핵확산 방지를 위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 교회는 또한 현안의 단기적 해법에 매몰되지 않고 그 사안의 근본 뿌리를 지적하고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가톨릭교회가 연대한다면 북핵 문제와 핵확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도와 캠페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하자

■ 신승민 목사(한국 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 부원장) ‘한반도 종전 평화운동에서 종교의 역할’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한국 전체 인구의 반이 종교인이고 그 중 개신교가 20%, 불교 17%, 천주교 11%다. 탈종교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에 있어서 공산주의는 악의 화신, 발본색원의 대상이었고 멸공은 복음을 수호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1988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선언’은 교회가 증오와 적개심을 가르친 것에 대해 참회하는 것으로부터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86년 이후 남북과 세계교회가 종전과 평화협정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2013년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기점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국제캠페인을 시작했다.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들을 모아 2020년 7월에는 전 세계 100여 개 시민사회 단체들을 초청, ‘민의 한반도 평화협정’을 선포했다.

한반도 종전평화운동의 목표는 전세계 1억 명의 서명을 통해 종전과 평화협정을 실현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성취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지점, 민족분단에서 신학과 선교가 시작돼야 한다.

주교회의와 평신도·시민단체 협력 활동 필요

■ 이성훈 이사(안셀모·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가톨릭 공공외교의 방향과 과제’

전통적인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의 외교관이 하는 전통적 외교활동과는 달리 공공외교에는 정부 대표뿐 아니라 비정부 즉 민간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톨릭교회는 비정부기구로서 공공외교의 중요한 행위자이다.

시민사회와 가톨릭교회는 민간단체로서 공공외교의 중요한 주체이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구축과 통일은 한국 공공외교의 중요한 의제이자 과제다. 동시에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회 선교와 사회사목 과제이기도 하다.

교회의 공공외교는 제도교회의 공공외교와 가톨릭 시민공공외교로 구분된다. 전자는 주교회의와 관련 위원회를 지칭한다. 후자는 시민적 교회 단체들로서 통일된 대표기관 없이 단체의 카리스마와 설립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적극적 평화’의 관점에서 볼 때, 평화는 정의, 화해, 생태 등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공동의 과제가 된다.

그리고 각 위원회가 관련된 가톨릭교회 내 평신도 단체와 시민단체와의 연계와 협력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관된 통일사목 하면서 北에 먼저 대화 제의를

■ 박문수 박사(프란치스코·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톨릭 평화운동의 역할’

반공 노선을 취했던 한국천주교회는 1984년 ‘한국천주교 설립 20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대북 인식에 변화를 보이고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사회 평화운동 자체가 늦게 시작됐고, 국민과 신자들의 의식에 반공 정서가 여전히 잠재돼 있으며, 교회 지도자들의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가 사회교리의 독자적 영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적었고 세계적인 평화운동 흐름에 어두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교회 평화운동은 기본적인 목표와 과제들을 정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가톨릭 평화운동의 역할을 국내에서 살펴보면, 교회 내에서는 북한과 민족화해에 대한 교회의 입장 정리,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 평화교육, 그리고 일관된 통일사목의 수행이다. 대외적으로는 교회 주도로 한국사회에 ‘통일국민협약’을 제안하고, 한국교회가 북한과 북한교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국제적인 역할로는 첫째, 한일 주교 교류 모임과 올 10월로 예정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미국 주교회의와의 교류 등 기존의 국제적 소통과 연대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둘째,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와 민족화해위원회를 포함한 주교회의 관련 위원회 등 가톨릭 평화운동 NGO의 역할 강화, 셋째, 대북 지원 등에 있어서 교황청 국제기구들의 적극적 활용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