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미리 걸어 보는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길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8-16 수정일 2022-08-17 발행일 2022-08-21 제 3307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격동의 역사 어루만진 신앙… 사랑과 헌신의 현장 걸어 보세요
춘천교회사연구소·춘천시 협력
‘평화의 길’ 모태로 순례길 조성
해방 이후 춘천시 근대 역사 담아
죽림동주교좌성당·옛 교육원 등
교구 관련 시설이 주요 거점

춘천교구가 걸어온 사랑과 헌신의 역사가 ‘춘천시민 전체의 역사’로 재조명되는 순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춘천시 문화콘텐츠과가 주관하는 ‘도란도란 도심길 걷기,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이하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9월 16일, 23일, 24일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순례 프로그램은 춘천시민들이 가장 힘든 세월을 보냈던 6·25전쟁 전후와 근대화 시기 등 춘천교구 초기 역사가 담긴 유적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길 경로와 조성 경위 및 의미를 소개한다.

■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강원도의 중심도시인 춘천은 6·25전쟁 중 격전의 장소로 심한 폭격을 당하면서 상당수 근대문화유산들이 소실됐다. 현재까지 춘천에 남아 있는 해방과 6·25전쟁 후까지의 근대문화유산은 대부분이 춘천교구 관련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 장소 역시 소양로성당, 죽림동주교좌성당 등이 주요 거점을 이룬다.

전체 경로는 소양로성당에서 시작해 춘천미술관(구 중앙교회 터)-구 강원도지사 관사(춘천시청 내)-죽림동주교좌성당-성골롬반의원 터-망대(望臺)-효자동벽화마을-춘천교구 옛 교육원까지 걸은 후 효자동성당에서 마친다. 전체 순례 구간은 4.1㎞이고 순례 시간은 오전 9시~11시40분까지다. 전문해설사가 동행해 순례자들에게 고증을 거친 자료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춘천시 문화콘텐츠과 이창훈 주무관은 “춘천교구 유적지들은 천주교만의 역사가 아니라 춘천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로,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길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며 “춘천의 비종교 유적지들도 포함시켜 종교성을 뛰어넘어 춘천의 역사로 통합하는 순례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9월 30일 오후 7시30분에는 죽림동주교좌성당 야외무대에서 춘천교구의 역사를 스토리텔링하는 ‘힐링 콘서트’가 클래식 공연과 어우러져 마련된다.

■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이렇게 만들어졌다.

춘천교회사연구소(소장 신정호 모세 신부)는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길이 만들어지는 데 산파역할을 했다. 춘천교구에는 2019년부터 ‘평화와 사랑의 순례길’이 조성돼 있었고 소양로성당부터 춘천교구 옛 교육원까지 이어지는 4.1㎞ 구간 ‘평화의 길’이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의 모태가 됐다.

춘천시는 ‘평화의 길’을 기본으로 춘천시민을 위한 순례길 진행을 춘천교구에 제안했고, 춘천교회사연구소가 춘천시에 자료 제공과 고증을 맡아 두 기관이 협력한 결과로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가 탄생했다.

신정호 신부는 “이번 순례길을 통해 춘천교구의 역사가 춘천시민들에게 녹아들고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힘겹게 살던 시절 춘천교구 성당과 병원에서 구호품을 받거나 약을 타고 치료를 받았던, 춘천은 물론 홍천과 인제 등지에서 오신 신자와 비신자 모두 춘천교구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헌신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밝혔다. 신 신부는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자들이 각각의 장소 방문만을 목표로 하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도란도란 도심길 걷기,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 출발지인 소양로성당은 서유럽 풍의 독특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다.

■ 미리 걸어 보기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출발지인 소양로성당은 서유럽풍의 독특한 건축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양로본당은 1950년 1월 죽림동본당에서 분가돼 설립됐는데 성당 건축은 6·25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56년 3월 착공식을 하고 같은 해 9월 봉헌식을 했다. 반원형 형태로 건축됐으며 실내 공간은 부채꼴 모양으로 신자들이 사제와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하게 미사를 봉헌한다. 건축사적 의미가 인정돼 2005년 4월 국가등록문화재 제161호로 지정됐다.

춘천시민 누구나 찾는 명소로 자리잡은 죽림동주교좌성당은 국가등록문화재 제54호로 등록돼 있다.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 뒤뜰에는 춘천교구에서 활동하다 순교하거나 선종한 성직자들의 묘지가 있다.

죽림동성당은 곰실공소에서 승격돼 1920년 9월 본당이 됐다. 성당 벽 라틴어 초석에 1949년 4월 5일 건축 기공식을 한 것으로 새겨져 있다. 완공단계에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건축 중이던 성당 한쪽 벽이 무너지고 사제관도 대파당하는 시련을 겪은 끝에 미군과 교황청 지원에 힘입어 1956년 6월 8일 봉헌식이 성대히 거행됐다. 1950년대 석조 성당 건축 양식을 충실히 보여 주는 건물로 평가돼 2003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 제54호로 등록됐다. 현재는 춘천시민 누구나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죽림동성당 뒤뜰에는 춘천교구에서 활동하다 순교하거나 선종한 성직자들의 묘지가 있다.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과 인접해 있는 성골롬반의원 터는 지금도 춘천시민들이 ‘성당병원’, ‘수녀병원’ 등으로 기억하는 장소다.

죽림동성당과 인접해 있는 성골롬반의원 터는 1956년 10월 개원해 2011년 10월 폐원하기까지 55년간 춘천과 강원도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헌신적으로 돌보던 역사적 장소다. 시민들은 성골롬반의원이라는 명칭은 몰라도 ‘성당병원’, ‘수녀병원’, ‘약사리병원’ 등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해 성골롬반의원이 지니는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공덕비를 설치하고 주변을 공원화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743호로 지정된 춘천교구 옛 교육원 (구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춘천수련소).

2019년 2월 국가등록문화재 제743호로 지정된 춘천교구 옛 교육원(구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춘천수련소) 역시 사랑과 헌신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1959년 교육원 완공 후 1969년까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지원자와 청원자를 위한 수련소로 사용돼 춘천 토박이들은 아직도 교육원 앞 도로를 ‘수녀원 골목’이라고 부른다. 교육원 건물은 이후 여대생들을 위한 기숙사, 야간학교 ‘청솔학원’, 미혼모 보호소 ‘마리아의집’ 등으로 용도가 바뀌어 가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랑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도란도란 도심길 걷기,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는 효자동성당에서 마무리된다.

춘천시는 시민들 반응을 살펴 ‘춘천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다’ 순례길 사업을 지속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문의 033-250-3488 춘천시 문화콘텐츠과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