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피해자 코스프레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8-31 수정일 2022-08-31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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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자기 흉만 본다는 주장
주변 사람들에게 동정 얻고
다른 이들을 나쁘게 만들어
열등감 벗어나 자신을 성찰해야

“사람들이 다 내 얘기만하고 있어. 내 흉만 보고있어”하면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아무도 그에게 관심조차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의심이 많은데 의심은 피해의식으로 이어집니다. 의심과 피해의식이 상호영향을 미치면 생각이 비약되고 망상까지 생깁니다. 일명 피해망상. 이분들은 하느님조차도 자신만 미워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게 해주고 자신이 하는 일은 하는 일마다 안 되게 한다고 울어댑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저 사람 때문에 자기가 힘들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의 동정을 얻고 엉뚱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기도할 때는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착한 사람인 척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 ‘열등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열등감은 내가 나를 싫어하면서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기가 자기를 미워하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서 다른 사람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심리적 노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주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횡설수설하고 다니면 살 날이 오년정도 남았다는 증거라고 노인심리학에서 말합니다. 더 살고 싶으면 제정신 차리고 남의 탓을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천당 문 앞에 한 자매가 와서 울며불며 원성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가 본척만척 딴청피우며 다른 사람들의 민원만 처리해주고 보는 척도 안 하는 것입니다. 하도 시끄러워서 주님이 나가보니 그 자매가 바로 주님께 달라붙어서 ‘베드로 사도가 자기를 본 척도 안 한다’, ‘저러고도 사도라고 할 수 있냐’라는 등 하소연을 합니다. 안 된 마음에 주님께서 자매와 면담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돼서 주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오셔서 호통을 치셨습니다. “베드로, 저 여인이 저런 진상인줄 알면서 왜 말을 안 한 것이냐?”

그러자 베드로 왈 “말로 하는 것보다 당해보시는 게 더 확실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하더랍니다.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는 미사경본에 ‘제 탓이오’란 기도문을 실은 것입니다.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문제는 무엇인가를 먼저 보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집필해주신 홍성남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