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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공간보다 중요한 시간의 성화

홍순미 테오도라(미국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
입력일 2022-10-04 수정일 2022-10-04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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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 10주년을 맞아

9월 24일 열린 미국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와 신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 제공

미국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주임 김현국 요한 사도 신부)은 9월 25일(미국 시각)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주례로 감격적인 본당 설립 1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교구에 속한 트라이밸리 지역 한인 신자들은 2007년부터 한인 공동체 설립의 필요성을 교구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노력했다. 마침내 2012년 3월 4일, 춘천교구 김선류(타대오) 신부가 지역 내 플래즌튼(Pleasanton) 중학교에 마련한 임시 성전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본당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머나먼 미국 땅에서 한국어로 미사를 드리고 강론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제대로 갖춰진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여전했다.

제2대 주임 김종광(요한 사도) 신부를 비롯한 많은 신자들의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지난해 7월 11일부터 플래즌튼 소재 성 엘리자베스 시튼 성당을 사용해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 24일에는 ‘하느님의 한 가족’이라는 주제로 본당 설립 10주년을 기념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음날 있을 본당 설립 10주년 감사미사와 견진성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주영 주교와 춘천교구 성경사목 담당 오경택(안셀모) 신부가 참석해 기쁨과 감격을 함께했다. 또한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오클랜드, 몬트레이 등 북캘리포니아 한인본당 신부들과 신자들도 참석해 트라이밸리 한인본당 10주년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에서 역대 주임신부들을 온라인으로 초대해 깜짝 만남을 가졌고, 트라이밸리 공동체가 시작되도록 기틀을 마련했지만 지난 9월 선종한 김광근(도미니코) 신부를 추모했다.

한 가정이 새 집에서 살지만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 집은 단순히 콘크리트 건물일 뿐이듯, 성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트라이밸리 한인본당은 지금의 성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그 답을 10주년 감사미사 중 김 주교의 강론에서 찾았다. 김 주교는 “공간만 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성화되고, 시간의 성화가 더 중요하다”며 “다음 20주년에는 이 공간 안에서 우리 공동체가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성화시켰는지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시간을 성화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트라이밸리 공동체는 거의 10년 만에 실현된 성전 미사의 기쁨을 잠시 내려놓고, 이 공간을 어떤 시간으로 채울 것인지 고민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10년을 위한 첫걸음을 뗄 때다.

홍순미 테오도라(미국 트라이밸리 성 정하상 한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