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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오소서, 성령님! /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10-05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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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오소서, 성령님!”이라는 짤막한 기도라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 기도를 선택한 이유는 “어떻게 기도를 하면 좋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예비신자 교리를 준비할 때의 일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예비신자 교리 교안을 연습 삼아 작성하여 제출했던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대상에게 교리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나니 예비신자들을 만나는 시간이 떨리기도 하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가톨릭’의 문을 두드린 그분들은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분들이 건네는 질문은, 무엇인가 알려드리고자 갔던 저에게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여 주었습니다. 그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기도하면 되나요?”입니다.

“어떻게 기도하면 되나요?” 이 질문을 마주하여 곰곰이 생각했을 때 이어지는 질문은 “왜 기도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이유가 명확해야 방법이 찾아지지 않겠느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을 좀 더 알고 싶기 때문에’라는 답을 스스로 정해 보았습니다. 주관적이지요.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자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도의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물음은 연이어졌고, 다음으로 들은 생각이 “잘 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령’이었던 것이지요. 사실 이미 성경 안에 다 쓰여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또한 언제나 기도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십시오. 모든 경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에페 6,18)

하느님을 알고 싶어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면 공허한 울림이 될 터이며, 그분 말씀은 침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기에 협조자이신 성령께 도움을 청할 때 비로소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에서처럼 바르게 생각하고 성령의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채널에 주파수를 맞춘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는 성령 청원 기도가 되었습니다. 간단하지만 제게는 꼭 필요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기도하면 될까요?”라고 이제 누군가 물어보신다면 저는 “성령과 함께하세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