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함께 아파하시는 분 /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11-09 수정일 2022-11-09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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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모두가 같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보호필름을 붙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호필름뿐 아니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케이스를 입히기도 합니다. 핸드폰뿐이겠습니까. 새 가전제품의 보호 비닐 등도 역시 쉽게 벗겨 버리지 못하곤 합니다. 상처 입히기 싫어서일 수도, 깨끗하게 오래 사용하고 싶어서일 수도, 새것인 티를 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맑은 눈망울과 백옥 같은 피부…. 때가 타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상처가 없어서일까요? 어린아이를 바라보면 그 깨끗함과 순수함이 바라보는 이마저 동화시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주관과 가치관을 갖게 되고 상처받는 일도, 주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부모의 마음으로는 자식이 상처 안 받고 해맑게 컸으면 하지만 그것은 홀로 산다고 하여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자욱이 남는다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요? 정성과 사랑 안에서 시간과 함께 아로새겨진 흔적은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기품을 자아냅니다. 모두는 서로와의 관계 안에서 점차 자기 모습을 형성해 가는데,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많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 소화해내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재도 그렇다고 합니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옹이가 생기는데, 옹이가 있는 목재들은 판재나 가구용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옹이를 안고 곧게 자란 나무들은 건물의 대들보나 기둥으로 더 효용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을 따라 갈라지게 마련인데 이때 옹이가 그 갈라짐을 멈추게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처와 아픔을 잘 안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자신의 소중함을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아픔을 받는 것이 당연한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고통 중에 있어도 혹은 그렇지 않아도 사람은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그 아픔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다고 하고 피하기만 한다면 치유는커녕 더 덧날뿐입니다. 그러니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내어드려 봅시다. 아프다고 말씀드리면서 말이지요. 내 아픔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겠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 삶 안에서 덧나지 않게 잘 받아들여지길, 나아가 나와 하느님을 이어주는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봅니다.

하지만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세상에 가슴 아픈 일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더욱이 큰 아픔 가운데에서는 ‘주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라고 물어볼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원망 가운데에서도 주님께 ‘저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말아달라’는 욕심을 부리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께서 특별히 더 이 시기에 먼저 하느님 품으로 가신 분들 그리고 아픔 가운데 있는 분들 곁에 계셔주시길 소망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계셔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