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죽음의 무기 만연할 때 평화 불가능”

입력일 2023-01-17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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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주재 외교사절단에 강조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고조되는 적대적 긴장감 지적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9일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에서 핵무기 보유와 사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군비 감축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인류는 높아진 긴장과 분쟁, 핵 무장의 위험 등 ‘제3차 세계대전’의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며 평화의 길은 오직 ‘진리, 정의, 연대와 자유’에 대한 헌신으로써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1월 9일 교황청 주재 각국 외교 사절단에게 한 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한반도에서 고조되는 적대적 긴장과 장기전으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시리아, 서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이스라엘, 미얀마 등의 위기 상황을 우려했다.

교황은 전 세계 곳곳의 분쟁 상황이 국지적이고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핵무기 보유는 ‘비도덕적’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치명적인 살상 무기 개발을 통해 전쟁을 억지하려는 사고방식을 즉각 버려야 한다며 “죽음의 무기가 만연할 때 평화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통합적인 무장해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2년에 발표한 회칙 「지상의 평화」를 상기시키며 이 회칙이 반포된 60여 년 전과 오늘날 세계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요한 23세 교황의 지적과 같이 개인과 정치 공동체 모두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4가지 기둥은 진리, 정의, 연대와 자유의 가치라고 말했다.

‘진리 안의 평화’에 대해 교황은 각국 정부가 모든 단계에서 인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오늘날 인간의 생명권은 분쟁과 기아, 질병 등으로 위협받고 있고, 이른바 낙태권은 태아의 생명권까지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평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교황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소수인 지역에서의 종교적 박해는 물론 그리스도교가 다수 종교인 나라에서의 차별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정의’로운 세계 건설을 위해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역 분쟁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대’에 대해 교황은 지구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이주민과 난민, 경제, 노동, 피조물의 보호 등에 있어서 전 인류의 연대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자유 안의 평화’에 대해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주의의 약화’와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평화가 “모든 공동체 안에서 이웃을 적으로 여기는 억압과 침범의 문화가 사라지고 환대하고 포용하는 형제자매로 여기는 문화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