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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6) 행복의 전제, 자기 중심의 꿈에서 깨어나는 것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7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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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를 폭력으로 규정하고 상징화된 대리 희생물을 찾는 종교 역시 여기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을 품는데, 이 욕망의 원인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가령 내가 무엇을 원하게 되는 것은, 나에 앞서 타인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나 역시 그것을 더 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결국 타인과 나 사이에 있는 욕망의 유사성으로 인해 갈등과 다툼, 즉 폭력이 일어나게 됩니다.

폭력이 발생하는 가정 안에서도 욕망의 유사성으로 인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갈등하는 부부들을 보면 남편과 아내 모두 행복한 가정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시작되면서 경험한 것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고통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담을 통해 만나게 되는 부부들은 대개 건강한 감정표현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울분과 비애, 그리고 절망감으로 상대방을 원망하는 마음밖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모의 모습은 어린 자녀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가정불화와 폭력, 방임으로 삶을 박탈당한 아이들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통해 더는 자기 삶이 침해받지 않도록 행동합니다. 아울러 직접적으로 징벌을 가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극단의 자기 폭력인 자기 살해라는 형태로 징벌을 가하고자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타인에게는 행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해야 합니다.

나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와서 새벽에 잠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깨워 자신의 신세 한탄을 밤새도록 하는 게 행복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행복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이자 불행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아내가 남편을 더 존중하고, 아이들이 아빠에게 더 예의를 지키라고 했던 격한 감정과 강한 언행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완벽해지도록 끊임없이 지적하고 몰아세우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행복의 첩경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행복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버림받는 상실의 고통과 불행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고통 속에는 항상 무언가 배울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내가 원하는 방식의 행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의 행복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에 얼마만큼 내가 원하는 방식을 절충시키고 또 서로 절충한 방식에 얼마만큼 합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기 생각, 자기 연민, 자기 방식에서 멀어질수록 행복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