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8)근화여자중·고등학교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3-02-21 수정일 2023-02-21 발행일 2023-02-26 제 333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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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소통 이뤄지는 학교… 감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학생들
소외학생들에 먼저 손 내밀어
취미와 자기계발 자발적 활용
학생회 의견 정책에 적극 반영

2월 9일 근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고 있다.

경북 경주의 근화여자고등학교(교장 류현식 즈카르야)와 근화여자중학교(교장 김정은 마리아 수녀)는 7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명문 사학이다. ‘복음화와 전인교육’이라는 가톨릭 교육이념 아래 올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교명 ‘근화’(菫花)는 제비꽃을 뜻한다. 수호성인인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가 가장 좋아했던 꽃으로 알려져 있다. 작고 연약하나 추위에 강하다는 점에서 근화 학생들에게 인내와 겸손, 성실을 일깨운다.

■ 친밀해서 행복한 학교

경북 경주 용강동에 위치한 근화여자중학교 건물 전경.

두 학교는 공통적으로 교사와 학생들 간 친밀한 관계를 가장 큰 자랑거리로 꼽았다. 언제 어느 때든 학생들이 교사를 찾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두 학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뒤에는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고민과 노력이 있다.

근화여중 교장 김정은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학생들 각자가 정말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부심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근화여중은 무엇보다 소외되고 마음이 아픈 학생들, 학습 부진과 정서행동장애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반 희망 사다리 교실’, ‘두드림학교’ 등 특별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강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적극적인 자세가 학생들의 마음을 돌본다. 표정이 어둡거나 문제가 예상되는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이 먼저 다가가 대화를 청하고, 필요하다면 전문 상담교사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경북 경주 용강동에 위치한 근화여자고등학교 건물 전경.

근화여고도 ‘행복한 삶의 의미를 배우는 학교’라는 교육목표에 따라 학교 구성원 간의 다양한 관계에 집중한다. 교장과 교감은 교사들과의 관계, 교사들은 교사들끼리 혹은 학생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자주 소통한다. 학생들끼리도 서로 배려하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을 최소화한다. 덕분에 근화여고는 ‘학교폭력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근화여고 학예부장 김아연양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으시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학생들의 성적뿐 아니라 학생 그 자체를 돌보고자 노력하시는 점이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교부회장 최유진양도 “선생님들은 입시 정보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꼼꼼하게 알려주신다”며 “우리는 늘 사랑받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근화여고의 점심시간이 80분이라는 점도 다른 학교와는 다르다. 학생들은 좀 더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끼를 발산할 수 있는 틈새공연을 하거나 운동을 즐기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순전히 자발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근화여고 류현식 교장은 얼마 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근화의 장점’을 주제로 설문 조사하고, 그 결과를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단어를 추출해 구름 형태로 시각화)로 생성했다. 그러자 ‘선생님’, ‘사랑’, ‘열정’,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류 교장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학생들이 느끼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평소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드러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사제동행 등반대회에 참여한 근화여자중학교 교장 김정은 수녀(앞줄 맨 오른쪽)와 교사·학생들. 근화여자중학교 제공

■ 사랑할 줄 알고 책임감 있는 학생들

교명 ‘근화’가 적힌 그림 안내판.

근화여고와 근화여중, 사랑받는 두 학교 학생들은 감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인재로 성장한다.

김정은 수녀는 근화여중 학생들에게 ‘감사노트’를 나눠주며 매일 스스로 감사한 일을 생각하고 기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일상 속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을 기록해 나간다. 그러다가 점점 시선을 넓혀 버스 운전기사나 아파트 경비원, 얼마 전 일어난 산불을 신속히 진압해준 소방관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김 수녀는 “일상의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자연과 사회로 깊이 들어가 감사를 느끼게 된다”며 “이 학생들이 사랑받고, 또 건강하고 예쁘게 사랑하는 존재로 자라난다면 이것 또한 복음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화여중은 생태환경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쏟는다. 학생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며 ‘우리의 실천이 지구를 구한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교 텃밭을 가꾸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근화여고는 코로나19가 한창 시작되던 시기에 학생 선택형 봉사활동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에코백 만들기, 신생아 모자뜨기, 마스크 만들기 등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만든 물품을 국제 구호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근화여고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방송으로도 알려져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독거노인 방문 활동 등 지역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근화여고가 시행하는 사업들은 전적으로 교사들만의 의견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학생 임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학생회 회의를 통해 건의를 접수하면, 학교 측은 이를 최대한 반영한다. 근화여고 전교회장 한수민양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면 선생님들이 귀를 기울여주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반영한다”며 “그만큼 학생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학교생활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