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주간 전례는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3-28 수정일 2023-03-29 발행일 2023-04-02 제 333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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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수난과 죽음 묵상하는 전례 주년 정점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교회의 왕으로 오실 주님 경배
축복받은 성지 들고 이동 행렬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제정하신 성체성사 기념
끝나면 수난 감실로 성체 옮겨
■ 주님 수난 성금요일
성찬 전례 없이 주님 수난 예식
금육·단식하며 수난 동참 다짐
■ 파스카 성야
주님 부활하신 밤 기뻐하며
절제했던 알렐루야 다시 노래

2019년 이탈리아 벨레트리 교정 시설에서 열린 성목요일 예식 중 수감자의 발을 씻은 다음 입맞춤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성주간(聖週間)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4월 2일)부터 성토요일(4월 8일)까지의 한 주간이다.

성주간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전까지의 사순 시기와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부터 성토요일까지를 포함한다. 교회는 성주간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고 죽음으로써 이룩한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기념한다.

성주간은 가톨릭교회 전례 주년 전체의 정점을 이루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가장 경건한 때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온전히 맞이하도록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성주간 전례의 특징과 의미를 소개한다.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는 죽음에 처할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사건을 기념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 극복될 것을 미리 깨닫고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예루살렘인 교회의 왕으로 오실 것을 기념하는 것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본질적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예식에서 신자들은 축복받은 성지(聖枝)를 들고 성당으로 이동하는 행렬을 하고 수난 복음을 봉독한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들은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 21,9)를 외치며 환영한다. 그러나 군중들의 환성은 “그러면 메시아라고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라는 빌라도의 물음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외침으로 돌변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이날 전례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관한 신비를 묵상하고 그분에 대한 신앙을 드러내는 데에 있다.

■ 성주간 월~목요일

성주간 월~수요일 독서와 복음은 모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는 사건들로 구성되면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분위기가 계속된다.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는 각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하면서 사제들은 사제품을 받을 때 했던 사제직에 대한 서약을 공적으로 새롭게 하는 ‘사제 서약 갱신’을 한다.

축성 성유는 세례와 견진, 성품성사 때 그리고 성당 축성 때에 사용하고 병자 성유는 병자성사를 위해서, 예비 신자 성유는 입교 예식 중 예비 신자에게 도유할 때 사용한다.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성목요일 저녁에는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한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한 사순 시기는 주님 만찬 미사 직전에 끝나게 된다. 가톨릭 전례의 정점인 파스카 성삼일은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로부터 시작한다. 주님 만찬 미사의 특징은 대영광송을 부를 때 종을 친 뒤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대영광송을 부를 때까지 종을 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의 수난에 따르기를 결심하며 절제와 검소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말씀 전례 끝에는 발씻김 예식을 거행한다.

주님 만찬 미사가 끝나면 성체를 수난 감실로 옮기고 제대포를 벗기며 제대 중앙의 십자가를 치우거나 천으로 가린다. 신자들은 수난 감실에 모신 성체 앞에서 조배하며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묵상한다.

■ 주님 수난 성금요일, 성토요일

성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로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성찬 전례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지는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이날 주님의 죽음을 묵상하며 금육과 단식을 한다. 신자들은 성금요일 전례에 참여하며 주님 수난 사건을 생생하게 상기하고 예수님께서 수난하고 죽었듯이 우리도 우리의 욕망과 이기심에서 죽어야지만 비로소 예수님의 영광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토요일에는 전통적으로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는다. 임종자를 위한 노자성체(路資聖體·Viaticum)는 행해질 수 있다.

■ 파스카 성야

파스카 성야는 교회 전례에서 가장 성대하게 거행된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밤을 기념하는 이날 예식은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전례, 성찬 전례로 구성된다. 빛의 예식에서 인류가 그리스도를 통해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됐음을 기억하고, 말씀 전례에서는 부활 신비가 보여 주는 구원사를 담고 있는 구약과 신약을 읽는다. 신약 독서 후에는 사순 시기 동안 절제했던 알렐루야를 노래한다. 파스카 성야에서 세례 예식을 거행하는 것은 주님의 부활을 맞이해 교회의 새 지체들이 태어나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마지막 성찬 전례는 그리스도 부활의 정점을 이루며, 마침 예식 때 주례자는 신자들에게 성대한 축복을 베푼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