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창간 96주년 특집-시노달리타스와 여성] 교회 안의 성차별’ 주제 좌담회

정리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3-29 수정일 2023-03-29 발행일 2023-04-02 제 333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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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지만 변화하는 교회, 성평등 의식에 대한 공감이 먼저
본당 여성 사목위원 많아졌지만
여성 사목회장은 찾기 힘든 현실
여전히 남성 중심 의사 결정 구조

여성 스스로 문제 의식 자각하고
평신도·사제·수도자 간 소통 필수
세대 간·남녀 간 의식 차이 좁혀야

3월 23일 본지 서울본사에서 진행된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좌담에서 패널들이 한국교회와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 대표,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소장, 춘천교구 여성연합회 박기남 부회장. 사진 최용택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와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는 교회 안에 성차별이 퍼져 있고 교회의 중요한 직무에서 여성이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세례받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품위를 갖고 교회의 삶에서 더욱 충만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 96주년을 맞아 커버스토리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를 기획하며 이에 대한 교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좌담을 통해 들어봤다.

- 일시: 2023년 3월 23일 오전 10시

- 장소: 서울 중곡동 가톨릭신문사 서울본사

- 진행: 박영호(안드레아) 편집국장

차별은 존재할까

- 박영호 편집국장(이하 박 국장): 각국의 시노드 종합의견서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이 교회 안의 여성 차별 현상이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해묵은 과제다. 우리 교회 안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미영 소장(이하 이 소장): 2021년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를 통해 여성 신자들의 활동 내역을 파악했다. 각 본당에서 많으면 50%까지도 여성 사목위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여성 사목위원은 과거에 비해 많아졌으나 여성 사목회장은 여전히 찾아보기가 어렵다. 본당 신부와 수녀 관계에서도 수녀는 신부가 지시하는 영역 안에서만 활동하는 위계적 구조가 보인다. 역할 차이가 아니라 남성인 사제가 여성인 수도자에게 지시하고 상하관계처럼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차별 아니겠나.

▲박은미 대표(이하 박 대표): 사목회나 구역반장 등 직책을 맡은 분들은 크고 작은 차별을 느낄 것이다.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 가운데 70~80%가 여성이지만 사목회 주요 의사결정은 본당 사제와 사목회장 등 남성이 한다.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여성들은 결정된 일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차별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니 차별을 인지하면서도 그저 순명하며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우 신부(이하 박 신부): 20년 전만 해도 교회 안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본당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단체장이나 구역장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성차별 문제는 일반화할 수 없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본당에서 만났던 신부와 수녀의 의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신자들 각자 체험이 다를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교회에서 누군가가 성차별을 느낀다면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어떤 개인의 태도 문제로 봐야 한다. 적어도 본당 안에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본다. 성사 생활과 단체 활동에도 성차별은 없고 오히려 신심 단체 활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박정우(후고)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여성의 입을 막는 교회 분위기

- 박 국장: 주위 여성 신자들에게 교회 내 성차별 문제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교회 내 여성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정작 여성 신자들의 날카로운 인식과 문제제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박기남 부회장(이하 박 부회장): 현재 교회는 60대 이상 여성들이 활동의 중심축이다. 이미 교회의 여성 차별적 문화와 성 역할에 따른 활동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라 문제의식이 희미한 경우가 많다. 문제의식이 있다 해도 ‘어차피 말해도 변화는 없고 나만 희생된다’는 피로감이 ‘잘 모르겠다’의 반응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잘 모르겠다’는 ‘없다’가 아니다. ‘있다’고 대답했을 때 돌아올 비난도 침묵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소장: 20~30대 젊은 세대는 차별을 민감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를 교회 안에서 나누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는 대화를 나누기에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기면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지만, 말을 꺼냈다가 자신이 불편해질 상황이면 입을 다물거나 다른 안전한 공간을 찾아 떠나가 버린다. 강론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듣거나 성당 활동 중에 성차별적 일을 겪어도 표출하지 않고 덮기 때문에 가시적으로는 불편한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교회가 성차별을 이야기하기에 안전하고 열린 공간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박 대표: 자신이 차별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받는 차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도 있다. 사회교리에서 줄곧 ‘공동선’, ‘인권’, ‘연대’ 등의 개념을 이야기해도 머리로만 이해할 뿐 실천적인 태도로는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많은 사제가 ‘자신이 맡은 일을 말없이 고분고분 잘 해내는 여성 봉사자’를 좋게 본다. 사제의 이런 보수적인 태도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막는 분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성차별 느끼게 하는 가부장적 문화

- 박 국장: 교회 내 성차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성차별을 고착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 신부: 성경에도 가부장적 내용이 많고, 교회 봉사직에도 여성을 배제하는 차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와 맞물려 교회 안에서 남성들이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여성들은 허드렛일을 맡는 등 성차별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미국에서 여성신학이 등장하면서 교회 내 남성 우월적 관행이 지적됐고 교회도 이 문제를 개선해 왔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여성 복사가 허용되고, 사목회에 참여하는 여성 수가 많아지며 여성 사목회장도 등장했다. 교회가 여성을 사제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차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교회는 이를 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주어진 소명으로 본다.

▲박 대표: 여성이 교회에서 대표직을 맡으면 남성이 우습게보거나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에게 억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본당의 경우, 여성 신자들이 같이 뜻을 모은 사안에 대해 사제가 결정을 뒤엎고 단독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경우도 많다. 본당 최고결정권자인 남성 사제들이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이니 성차별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은미(헬레나) 대표/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전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보편교회 개혁이 우리 현실에 뿌리내려야

- 박 국장: 전례 거행에서도 성차별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이 독서직과 시종직 등 전례 직무를 동등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2021년 교회법을 개정했다. 교황청 고위직에 평신도, 특히 여성을 임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황의 이러한 개혁적 조치들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소장: 여성의 다양한 전례 직무 참여는 교회 구성원들에게 각각에 맞는 은사를 가지고 함께하자는 기쁜 초대로 보인다. 여성들의 직무 참여를 늘리는 여러 개혁적 시도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장되더라도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우리 한국교회에서 여성 평신도가 교회의 고위직을 맡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평신도 여성들이 교황청에서 고위 직무를 맡듯이, 주교회의 위원회와 부서의 주요 책임을 평신도 여성에게 맡기는 것이 가시화된다면 우리에게도 개혁의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 부회장: 여성들이 교회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늘 제약이 따른다. 남성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는 더욱 힘들다.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더디다. 한국교회의 지도부에 있는 분들이 교회 내 성평등 실현에 관심이 적거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교황청의 개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교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들은 바가 없어 아쉽다.

여성이 사제가 되면 성직주의가 사라질까?

- 박 국장: 교회 내 여성 차별 문제를 논의할 때,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이 항상 함께 지적된다.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은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이 소장: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과 항상 짝을 이뤄 언급되는 것이 평신도들의 무관심과 의존적 태도다. 사제들이 협력하려고 해도 나서는 신자가 없거나 서로 협력해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양성돼 있지 않다면 사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성 부제나 사제가 나온다 한들 협력적인 문화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직분의 성별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은 여성 차별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공동 협력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노력과 더 맞닿아 있다고 본다.

▲박 신부: 성직주의는 개인의 인격적 성숙과 소통 능력에 달려 있다. 사제의 소통 능력과 인격에 따라 공동체 안에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복음적이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도 있다. 사제가 미성숙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면 성직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조직의 지도자가 여성이라도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권위적이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수녀의 권위적 태도 탓에 구성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공동체도 있지 않나. 여성이 사제가 된다고 성직주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여성 개인의 인격에 따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영(발비나) 소장/ 우리신학연구소

교회가 여성 리더 양성에 적극 나서야

- 박 국장: 교회의 미래를 위한 여성 평신도 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사목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박 신부: 여성이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교회가 발전한다. 현재 평신도 여성들은 각개전투식으로 스스로 공부하고, 교회 안에서 알아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학생을 양성하는 것처럼, 교회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교회가 조직적으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장학금을 조성하며 공부를 도와야 한다.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싶은 여성들이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 소장: 신학을 배우는 여성 청년들이 늘고 유학을 가는 이들도 있다. 돌아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하느님만 바라보며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활동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사목적 노력 아닐까. 여성들이 자신의 탈렌트를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초대해 주길 바란다.

▲박 대표: 한국교회는 규모가 큰데도 여성 문제나 여성 이슈를 논의할 연구소가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여성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조직이 필요하다. 연구소에서 일할 여성들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여성들도 인식 타파해야

- 박 국장: 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 신자들의 노력과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신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불평등한 현실을 자각하고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까.

▲박 부회장: 교회 안에 여성들 간 갈등도 있다. 자모회의 경우, ‘취업주부와 전업주부 중 누가 일을 할 건가?’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도 협업이 안 되는데, 여성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잘라내는 구조가 보일 때가 있다. 고령 신자들이 나서서 가부장제를 옹호하기도 한다. 또 본인들이 과거에 봉사했던 만큼, 오늘날 젊은 여성 신자들도 똑같이 하기를 바라며 지탄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기성세대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세대 간 소통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박 신부: 교회 안에 여성 신자에 대한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이 있다면 여성들 스스로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또 성체분배자의 경우, 한국교회에서도 여성이 성체 분배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여성들 중에서도 반기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본다. 신자들 스스로 차별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교회법적으로 허용된 사안에 대해서는 교회 구성원들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박기남(크리스티나) 부회장/ 춘천교구 여성연합회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 박 국장: 이런 논의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더 깊이 있는 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여성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교회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 소장: 여성만 좋은 교회가 되자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어우러지며 신앙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려고 이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왜 느끼지 못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원인을 면밀하게 실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교회가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이들이 기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박 부회장: 사제·수도자·평신도는 역할이 다를 뿐 모두 연결돼 있다. 시노드 정신으로 교회의 성차별 문제를 함께 진단하고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회 내에 성평등 문화 추진위원회 같은 조직 체계도 필요하겠다. 자모회 명칭을 학부모회로 바꾸고 여성들에게만 맡겨진 부담을 남성과 나눌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성평등 문화 실현의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 변화는 새로운 세대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젊은 여성 지도자들도 육성해야 한다.

▲박 대표: 성차별이나 성평등 문제를 더 크게 아우를 수 있기 위해 본당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독려하면 좋겠다. 실제로 사회교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사회교리를 배운다고 하면 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본다. 교회는 인권, 연대, 공동선을 강조하는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하려면 신자들도 사회교리를 접하고 더 깊게 배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더 넓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신부: 여성뿐 아니라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평신도·사제·수도자 간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대 간·남녀 간 성평등 의식의 차이를 좁혀가는 교육도 필요하다. 성차별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남녀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사제가 남자여서 문제가 아니라, 여성인 수녀에게도 상처를 받아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교회 구성원 모두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며 경청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정리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