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10)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5-30 수정일 2023-05-30 발행일 2023-06-04 제 334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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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과학자에 대한 교회의 과도한 권력 행사 문제일까
오랫동안 유럽 지성인들은
갈릴레오를 ‘박해받은 순교자’ 인식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해석은
과학철학의 ‘실재론’ 문제로 대두돼

크리스티아노 반티 ‘종교 재판에 선 갈릴레오’(1857) 김도현 신부 제공

갈릴레오 사건이 이렇듯이 비극적으로 마무리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당시 교회 교도권의 권위를 갈릴레오가 무시·손상했다는 혐의’ 때문입니다. 그는 바로 이 혐의로 인해서 두 차례의 재판을 겪어야 했던 것이죠.

이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성경 해석에 관한 교회 교도권의 독점적 권위를 그가 훼손시켰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당시에 세속적 결정권을 갖고 있던 교회 교도권의 권위를 그가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성경 해석에 관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 문제’가 제1차 갈릴레오 재판의 주요한 이슈였다면, ‘세속적 결정권에 대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 문제’는 제2차 갈릴레오 재판의 주된 이슈가 됩니다. 이 두 가지 이슈는 갈릴레오 사건에 관해 과학사학자들이 오랫동안 다루었던 전통적인 사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 해석에 관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 문제’는 이미 앞에서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요약하는 것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서적들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를 공식적으로 옹호한 1610년경부터 신학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신학자들 측에서 그를 비난한 중요한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과 성경이 문자적으로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약의 여러 구절들은 태양이 움직이고 지구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성경은 천국에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지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아니라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만일 구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성경을 찾아봐야 하지만 자연 세계의 운행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경험을 통해 관찰되고 추론을 통해 증명된 사실들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그는 보았던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견해 자체는 특별히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갈릴레오는 그 원리를 자신의 사건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을 교회 교도권에 납득시키는 데에 결국 실패했습니다. 당시의 교회는 수학, 천문학 및 기타 과학들과 대립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학문들을 장려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갈릴레오와 같은 일개 평신도가 천문학을 앞세워 성경 해석에 관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했었습니다. 교회에서 보기에 그는 ‘무엄하게도’ 교회 교도권의 권위가 설정한 한도를 넘은 인물로 보였던 것이죠.

‘세속적 결정권에 대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상 1633년의 갈릴레오 재판은 결과가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교회 입장에서는, 갈릴레오는 1616년에 그렇게 하지 말라는 분명한 명령을 벨라르미노 추기경에게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이단적인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을 주창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자연 세계를 관찰과 추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시도한 것이 죄가 아니라, 교회의 이전 명령에 불순명한 것이 바로 그의 죄였던 것입니다.

갈릴레오가 1609년에 제작한 20배율 굴절 망원경. 이 망원경은 맨눈으로 밤하늘을 관측하던 당시 관측 천문학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도구가 됐다.

특히나 갈릴레오가 우르바노 8세 교황과의 친분 관계를 오판했던 것은, 성경을 해석하는 일에서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것 못지않게 그의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1633년 검사성성의 결정은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의 출판 이후 사실상 그에게 크게 화가 난 교황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교회 교도권의 권위 문제에 대해서 교회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보기에는, 갈릴레오 사건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성경 해석 및 세속적 결정권에서의 교회 권위를 훼손한 것으로 오해받은 한 명의 힘없는 과학자에 대해 교회가 과도하게 반응하며 권력을 행사한 사건’으로서 여겨지기 쉽습니다.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이 사건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유럽의 지성인들, 특히 무신론적 계몽주의자들의 교회 비판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왔으며, 갈릴레오가 ‘교회로부터 박해를 받은 무고한 순교자’로 묘사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고 현재에도 대중적으로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중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전통적인 역사적 해석은 ‘한 명의 과학자에 대한 교회의 몰이해로 인한 과도한 권력 행사’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묻고 탐구하는 새로운 철학 분과인 과학철학이 발전해 가면서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갈릴레오 사건은 20세기 중반 이후 오늘날에 와서는 과학철학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인 소위 ‘실재론 문제’를 보여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예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편부터는 갈릴레오 사건을 현대 과학철학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