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무료급식소 ‘열린행복밥집’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5-30 수정일 2023-05-31 발행일 2023-06-04 제 334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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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굶지 않았으면 하기에 하루도 빠질 수 없죠”
매일 여는 급식소 필요성 느껴
빈첸시오회 회원들 의기투합

열린행복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연규순씨는 “배고픈 사람 누구나 와서 따뜻한 밥을 먹고 가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오전 10시, 평일 오전이라 한산한 청주시 사직동 거리에 길게 줄을 선 50여 명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줄지어 건물에 들어간 사람들은 손에 하얀색 봉지를 들고 나왔다. 그 안에는 따뜻한 밥과 라면, 김치와 핫도그가 들어있었다.

‘열린행복밥집.’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곳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시간에 밥을 나눠주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열린행복밥집(이사장 연규순 가롤로·지도 윤병훈 베드로 신부)은 ‘배고픈 사람들 모두 와서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는 곳’을 모토로 2021년 10월 문을 열었다.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곳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시간에 밥을 나눠주고 있다. 열린행복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구성원 4명은 빈첸시오회 회원이다.

연규순 이사장의 동생 연규식(요셉·분평동본당)씨는 관리이사로 활동하고 김범재(요셉·수동본당)씨와 김태영(바오로·사천동본당)씨도 협동조합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밥집의 시작은 서청주본당 빈첸시오회 회원인 연규순씨였다. 그는 “23년간 건설사를 운영하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고 난 뒤, 힘든 일을 하기 어려워져서 보험설계사를 하게 됐는데, 첫 월급을 3000만 원 넘게 받게 됐다”면서 “큰돈을 받고 나서 ‘하느님이 주신 돈이니 올바르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열린행복밥집에서 도시락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열린행복밥집 제공

어려운 이웃을 도울 방법을 알아보다 연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2010년, 용담동 주민센터 안에 ‘사랑의 행복밥집’을 열었다. 주민센터 안에 있어 일주일에 한 번만 운영해야 하는 게 아쉬웠던 연씨는 매일 무료급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마음이 맞는 신자들과 사직동에 열린행복밥집을 차렸다. 사직동 주변이 재개발 되면서 생긴 빈 여관에 들어가 사는 노숙자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에 밥집을 연 것이다.

모두 후원으로 운영되는 밥집. 넉넉한 살림이 아니기에 쌀이 떨어지면 집에 있는 쌀을 가져와 밥을 지어 도시락을 나눠주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급하게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밥집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됐을 고생이지만 연씨는 “밥집을 하면서 삶이 더욱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비싸고 화려한 음식을 드리진 못하지만 누구도 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소망은 청주사람 누구나 와서 따뜻한 밥을 먹고 가시는 것이에요. 배고픈 분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열린행복밥집에서 행복한 하루를 선물 받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후원 계좌: 신협 131-021-842646(예금주 사회적협동조합 열린행복밥집)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