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전교구 진산성지,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안치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5-30 수정일 2023-05-30 발행일 2023-06-04 제 334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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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복자 3인, 232년 만에 고향 품으로 
새 성당 봉헌과 순교자상 제막도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와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 주교(왼쪽부터)가 진산성지 순교자상을 제막하고 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다 순교한 세 순교자가 232년 만에 신앙의 못자리로 돌아와 안치됐다.

대전교구 진산성지(주임 김용덕 야고보 신부)는 5월 27일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실학로 257-8 현지에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열고 복자 윤지충(바오로)·권상연(야고보)·윤지헌(프란치스코)의 유해를 안치했다.

1759년 진산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윤지충은 고종사촌인 정약용(요한)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알게 된 이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1790년 북경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 교회에 제사 금지령을 전달하자, 윤지충은 사촌인 권상연과 함께 집 안에 있던 신주를 불살랐다. 또 이듬해 여름 어머니가 사망하자 윤지충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천주교 예절에 따라 장례를 치렀고 두 복자는 유교식 제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1791년 12월 8일 참수됐다.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도 형이 순교한 지 10년 만에 능지처참으로 순교했다. 그 동안 찾지 못했던 세 복자의 유해는 2021년 3월 복자 유항검 일가의 원 묘지터인 초남이성지 바우배기(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17)에서 발견됐다.

세 복자의 신앙이 시작된 진산성지는 그 얼을 이어받고자 성당을 신축해 이날 봉헌했다. 또한 세 복자의 유해를 전주교구로부터 분배받아 232년 만에 고향의 품에 안치했다.

진산성지 성당에 안치된 세 복자의 유해.

800여 명의 신자들은 이날 봉헌식에 참석해 고향으로 돌아온 세 복자를 환영했다. 미사가 끝난 뒤 순교자상 제막식도 열렸다. 아울러 유해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신자들은 기도하고 묵상하며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했다.

진산성지 주임 김용덕 신부는 “복자 윤지충의 어머니가 보여준 모습처럼 진산성지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어머니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축사를 통해 “오늘 새 성당 봉헌식을 통해 한국교회 전체의 신앙유산인 세 순교자들의 신심이 확산되고 깊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는 강론에서 “세 복자가 순교한 지 230년이 넘은 시기에 그분들의 고향인 이곳에 유해를 모시게 됐으니 참으로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이라며 “이곳을 찾는 많은 분들이 순교 복자의 신앙을 바라보며 영원한 참 생명이 어디 있는지 영감을 받고 신앙을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거룩한 책임을 다질 수 있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