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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4) 마귀, 그 기묘한 존재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8-29 수정일 2023-08-29 발행일 2023-09-03 제 335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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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마귀 들린 사람들은 종종 뉴스에 나옵니다
조현병, 마귀 들린 상태와 비슷
환청·환시 있다면 마귀 탓 말고 
전문 치료 가능한 정신과 가야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판 마귀 들린 사람을 정신의학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개념 짓는다.

■ 성경에 마귀 들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데, 오늘날에도 마귀 들린 사람들이 있나요?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팔자를 타고난 동물을 꼽으라고 하면 돼지를 손꼽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마귀가 돼지형상으로 표현될 때가 자주 있어서입니다.

마귀라는 존재는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오래된 종교들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입니다. 마귀는 선에 대항하는 존재, 악의 세력을 이끄는 존재 등으로 묘사돼왔습니다. 중세 때에는 실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고 지금도 구마영화에서 마귀의 흉물스런 모습이 묘사되고 있어서 마음 약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곤 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귀에 대한 기억을 날려버리는데, 일부 종교인들이 신자들에게 마귀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함으로써 마음 약한 신자들을 신경증적인 상태에 빠지게 하기에 마귀에 대한 고찰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모든 것을 마귀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볼 힘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사람 마음 안에는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직시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그 어두움에 대한 공포심을 마귀 탓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전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신앙이 깊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취약해서 그런 것이니 이들을 대단한 신심가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두 번째 주의할 것은 자기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무조건 마귀 탓으로 돌리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마귀 들림 상태는 거의 대부분 조현병 증세들이란 것이 현장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입니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환청, 환시 등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마귀라고 단정 짓지 말고 정신과를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간혹 일부 종교인들이 마귀를 쫓아낸다고 기도를 해서 심약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정말 마귀가 들렸다는 착각을 하게끔 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고, 무지한 종교인들이 구마예식을 한다고 하면서 환자를 학대하거나 구타해서 사망케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그렇다면 마귀들은 없는 것인가? 아닙니다 지금도 존재합니다.

현대판 마귀들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비존재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것들도 진화를 해서 예전에는 자기 실체를 드러냈으나 지금은 자신들이 마치 사람 마음 안의 양심인 양하면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자리에 머무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현대판 마귀 들린 사람들을 정신의학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개념짓습니다. 이들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아귀처럼 권력욕에 사로잡혀서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그래서 옛날 마귀보다 신종마귀가 더 무섭다고 하는 것입니다.

■ 마태 8,28-34

예수님께서 건너편 가다라인들의 지방에 이르셨을 때, 마귀 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나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하고 외쳤다. 마침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아 기르는 많은 돼지 떼가 있었다. 마귀들이 예수님께, “저희를 쫓아내시려거든 저 돼지 떼 속으로나 들여보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가라.” 하고 말씀하시자, 마귀들이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가 모두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중략)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