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0) 선교와 시노달리타스(하)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대전교구 한산본당 주임)
입력일 2023-09-19 수정일 2023-09-19 발행일 2023-09-24 제 336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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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다가서며 초대하는 형제애로 복음의 열매 풍성하게 맺자
교회 울타리 넘어 세상 끝까지
‘나’를 드러내고 복음 선포하며
선교하는 제자로서 사랑 실천해야

※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몽골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4일 울란바토르 ‘자비의 집’ 축복에 앞서 한 어린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시노달리타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백한 것처럼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에 기대하시는 교회의 구성적 차원이다. 이는 제도로서의 교회를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고 원하시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이루려는 것이다. 개념적이고 관념적으로 교회에 대한 신학을 재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삶과 사명’이라는 구체적인 실제 안에서 완성해 가는 교회의 본성이다. 그래서 시노달리타스는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modus vivendi et operandi)으로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1티모 2,4) 원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에 일치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한 교회를 건설하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가리켜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에 따라 선교하는 교회이자 ‘나가는’ 교회라고 말한다. 바로 야전병원이 되는 교회,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교회, 문이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 오늘날의 사람들, 특별히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들, 자주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이들, 우리에게 보답할 수 없는 이들’과 함께 가는 교회이다. 시노드적 회심을 통해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교회로 자기 자신에게서 나가는 교회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실에서 벗어나 시노달리타스의 회심을 위해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어야 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전하기 위해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 나가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24항을 통해 ‘나가는’ 교회가 다섯 가지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첫걸음을 내딛고, 뛰어들고, 함께 가며, 열매 맺고, 기뻐한다. 선교하는 제자들의 공동체인 나가는 교회는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고 멀어진 이들을 찾고 버림받은 이들을 초대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렇게 내디딘 첫걸음은 이제 거리를 좁히고 말과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일상생활에 ‘뛰어들어’ 그들의 삶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기나긴 길이라 할지라도 기다리고 인내하며 발을 맞추어 ‘함께 간다.’ 그리고 말씀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현되고 새 생명이 ‘열매 맺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함께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기뻐한다.’

이처럼 나가는 교회는 기다리기보다 담대함으로 먼저 첫걸음을 내디뎌 그 여정에 전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을 독점하지 않고 함께 걷도록 초대하고, 함께하며 복음의 열매를 맺어가고 그 열매로 함께 기쁨을 나눈다. 서로 만나고, 환대하고 지지하고, 연대적 참여를 이루고, 거룩한 순례에 동행하며, 함께 걸으며 ‘이웃의 거룩한 위대함을 볼 줄 알고,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줄 아는’ 신비적이고 관상적 형제애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시노달리타스가 지향하는 친교를 이루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는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 세계와 함께 동일한 지상 운명을 체험하는’ 연대와 형제애의 공동체이다.

시노달리타스의 교회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땅끝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을 형제로 받아들이고 이웃이 되어주는 교회다. 구체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에 감동을 주고 양심을 흔들어 깨우는 진실한 충동에 따라 나가려는 항구한 자세와 의식을 지닌, 선교하는 제자들의 교회다.

■ 자신에게서 나가는 선교적 회심

자기 자신에게서 나가는 것은 ‘구원의 역사에서 우리를 참아주며 우리와 함께 기나긴 여정을 동행하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른 교회 고유의 소명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자아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의 온갖 형태를 버리고, 세상과 다른 이들과의 만남에 자신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신앙의 열정으로 예수님이 찾던 길 잃은 양을 찾기 위해, 그리고 예수님이 사랑하신 것을 사랑하기 위해 예수님의 마음과 복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사랑에 빠진 나르시시즘적인 교회가 ‘회개’하여 사람들 가운데에 있기 위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삶의 방식을 따라 올바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곧 ‘양들의 냄새를 풍기는’ 교회로 새로 나는 것이다. 양들의 냄새가 진하게 밸 정도로 함께하며 걷고 머물고 살아가는 교회다운 삶과 행동의 방식은, 이론적 도식으로 침체한 상태와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안일한 사목적 태도”로 현상을 유지하여 복음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하는 퇴행적 향수를 극복하게 한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만 교회는 영적 세속성의 함정에 숨겨진 위험을 피하며 현재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고, 또한 버려지고 잊히고 폐품처럼 취급당한 변두리에 성령께서 뿌린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징표를 발견할 수 있다.

■ ‘나가는 교회’를 건설하는 ‘나가는 제자’들의 방식

선교하는 교회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선교하는 제자들이 되었을 때 실현이 가능한 공동체다. 그래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제시한 이러한 모습들은, 집단이자 공동체로서 교회의 모습에만 해당하지 않고 그에 앞서 먼저 개별 교회 구성원 각자에게 적용된다. ‘우리’라는 교회의 이름 안에서 익명과 무명으로 숨어 있지 않고 ‘나 자신’을 용감하게 드러내며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하는 제자가 되어야 한다.

복음화가 그리스도의 사명을 계승하는 한에 있어,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복음화의 방식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법률과 규범을 맹목적으로 지키고 따르거나 또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아이디어에 따라 행동하는 데 있지 않다. 주관적으로 전통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온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사랑이 가득한 마음을 따르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열 세 가지의 삶의 방식을 말한다. 1) 어머니의 마음으로 환대하고 2)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3)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4) 희망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5) 서로를 참아주는 인내심을 지니고 6) 예수님처럼 온화한 눈빛을 지니고 7) 어머니의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어두고 8) 어린이의 소리를 경청하고 9) 고아와 같이 가족이 없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10) 어떠한 상황에서도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노력하고 11)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과 언어 그리고 접근 방식을 배우고 12) 도움을 요청할 때 언제든지 기꺼이 응답하고 달려가고 13) 이 모든 것이 거저 받은 은총이기에 거저 주는 것임을 기억한다.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대전교구 한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