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실천, 신자들이 스스로 결정
다양한 교육과 실천 활동으로
신자 생활 전반에 뿌리 내려
대전 원신흥동본당(주임 이진욱 미카엘 신부) 생태사도직 활동이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6월 11일 열린 확대 사목평의회 총회에서 적지 않은 신자들이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반대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밀어붙이기’식으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 다른 하나는 태양광 패널 설치가 성당 외관을 해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본당 ‘에너지전환 TFT’에서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다양한 생태교육 실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본당 사목 방향으로 설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통한 ‘에너지전환’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다.
원신흥동성당은 2017년 대전광역시 건축상 민간건축물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미관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 중대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심사숙고가 결여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우려 역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TFT의 자체적 성찰이다.
사목회 손정환(요한) 회장은 “에너지 전환은 본당의 생태환경사도직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태양광 발전소 설치는 그 핵심”이라며 “논의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이는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에 대한 찬반 논란은 사실상 여러 본당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다. TFT 측에서는 열린 자세로 이에 대한 논의를 서두르지 않고 진행할 생각이다.
주임 이진욱 신부는 “본당 교우들 스스로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필요할 때에는 신앙의 관점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만, 공동체의 자발적인 뜻에 귀 기울이고 그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디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무엇이 더 좋을지 숙고하는 성숙한 신앙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신흥동본당의 ‘찬미받으소서’ 운동은 불과 1년 반 남짓이지만 사목 활동과 신자 생활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공동의 집과 우리 집, 가난한 이웃 등 세 집을 모두 살리는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지향한 ‘세 집 살리기’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회칙 「찬미받으소서」 강독, 탄소중립 실천 운동과 태양광 발전소 설치, 지역사회와의 연대 등 본당 차원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유형의 활동을 망라한다.
양운학(가브리엘) 홍보분과장은 “처음에는 일부 신자들의 반발이나 무관심도 보였지만 교육과 실천이 거듭되면서 신자들의 의식 전환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수옥(요안나) 여성부회장은 특히 회칙 강독 모임의 성과에 주목, “나부터 실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본당의 2022년 사목지침은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라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찬가’에서 반복되는 구절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회칙이 강조하듯, 원신흥동본당 공동체는 공동체적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창조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이러한 노력이 곧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