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구성원 신앙생활에 ‘시노드 정신’ 스며들도록 하는 매개체 보다 다양한 이들 참여 위한 교회 구성원들 간 소통의 장 본당·기관단체 2개월마다 열어 문헌에 그친 ‘시노드 정신’ 아닌 구체적 실천과 확산 위해 마련
요즘 인천교구청에서 제일 바쁜 부서 중 하나는 복음화사목국(국장 정병덕 라파엘 신부)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보조를 맞춰 인천교구가 진행하고 있는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이 새해에는 보다 많은 교구민들이 참여함으로써 뿌리내리도록 ‘2024년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 심화 계획’이 이번 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가 마무리되고 2022년 10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나올 무렵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이하 경청모임)을 시작했다. 지금은 지난 1년여 간의 경청모임을 평가하면서 교구 내 모든 본당과 단체에 경청모임이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3년차 경청모임 진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왜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인가 경청모임 명칭에서부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담겨진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사목 현장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접목시키려는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의 의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교황청에 제출된 「한국교회 종합의견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의 동반자가 누구인지와 그들을 향한 교회의 자세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성찰의 시간을 통해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느님 백성은 ‘공통’의 사명과 책임 속에서 시노드 여정의 활력과 기쁨을 느낀다”고 밝혀 시노드 여정에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경청’해야 한다는 덕목을 강조했다. 인천교구가 2022년 12월 5일 인천교구청에서 제1차 경청모임을 열었던 것은 시노드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교구 내 모든 구성원들이 순환적으로 동참하는 자리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향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병덕 신부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단계부터 시작해 대륙별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날 때까지 나온 문헌들이 문헌으로만 남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보편교회가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일선 본당과 구역반, 기관단체에까지 스며들도록 매개가 되는 자리가 바로 경청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청모임 어떻게 진행됐나 인천교구 경청모임은 2022년 12월 교구청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평균 2개월마다 열려 2023년 11월 23일까지 총 7차례 진행됐다. 각 본당과 기관단체들도 교구 지침에 따라 경청모임을 열었다. 정 주교는 교구 내 모든 본당들이 경청모임을 가질 것을 권고했지만 본당마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사목자들의 의지에도 차이가 있어 아직까지는 경청모임을 갖는 본당 비율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의 의미가 친숙해지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천교구는 복음화사목국을 중심으로 경청모임 안내 책자 배포와 사제 평의회 자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청모임 확산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교구청에서 진행된 경청모임 회차별 참여자를 보면 정 주교로부터 사제,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 청년까지 교구 내 구성원들이 고르게 안배돼 각자의 교회 내 위치와 역할에서 겪고 느끼는 것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청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15분 동안 모든 참여자들이 성체조배를 먼저 하는 이유도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 앞에서 수직적 위계 구조를 수평적 관계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동책임을 묵상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이의 목자였던 예수님의 삶을 시노드 과정의 롤모델로 받아들여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본당별 경청모임은 주임사제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대한 이해와 의지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지만 모래내·주안1동본당 등이 경청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경험을 하면서 본당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교구 내 기관단체별 경청모임에서는 특히 매리지 엔카운터(ME) 인천협의회 회원들이 “경청모임을 하고 나면 단기 피정을 다녀온 것 같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정 신부는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경청모임이 교구 내 모든 본당에 자리잡을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자고 독려하고 계시다”며 “올해는 교구 사제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택해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청모임 심화 도모하는 인천교구 인천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난 2023년 10월부터 제2회기가 시작되는 올해 10월 사이를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보고 있다. 제2회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제1회기까지 논의된 내용이 집대성된 「종합보고서」를 ‘실천’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29일 제1회기 폐막미사 강론에서 “오늘 온전한 열매를 보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좁은 시야를 넓혀 우리 앞에 펼쳐진 지평을 바라보자”며 “주님께서 우리를 더 시노드적이고 선교적인 교회로 이끌어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도 제1회기 폐막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천교구가 올해에 경청모임을 더욱 강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주교가 2024년 사목교서 ‘희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해’에서 “비록 첫걸음이지만 경청모임을 통해 신앙의 기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우리 교구는 2024년에 시노드를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신앙의 활력을 느끼자”고 당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천교구는 그동안 경청모임을 진행하면서 복음화사목국에서 매월 본당 시노드 모임 교육용으로 발행했던 소책자를 올해에도 계속 발간하는 것은 물론 구역반 경청모임 교재로 2023년 1월 미래사목연구소에서 발간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새해 경청모임도 곧바로 이어진다. 정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1월 25일 오후 4시 산곡동본당 전 신자와 함께, 1월 26일 오후 4시에는 모래내본당 전 신자와 함께하는 경청모임이 진행되며, 2월 29일 오후 7시에는 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경청모임을 갖는다. 이뿐 아니라 지구별 각 본당 구역장들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도 3~7월, 10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교구청 복자 이안나 홀에서 마련된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