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래도 ‘하느님의 뜻’을 찾다

박효주
입력일 2024-07-17 수정일 2024-07-23 발행일 2024-07-28 제 340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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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쿠아슈즈에 진흙물이 들었다. 수해 현장을 취재하러 물이 가득한 비닐하우스 안을 들어갔을 때 흙범벅이 된 것이다.

2~3일간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내린 비는 419mm. 이번 장마에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안 흙바닥은 펄처럼 돼 카메라를 들고 잠깐 몇 걸음 내딛는 데도 힘이 들었다. 그런데 복구작업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바닥의 수박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아직 덜 빠진 물과 진흙에 잠겨 뒹굴고 있었고, 토사가 범벅된 방울토마토 옆으로는 웅덩이가 고여있었다.

100년 이상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집들이 많다는 나바위성당 인근 마을. 수확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린 비로 1년 농사를 망쳤다는 한 농부는 지난해에 이은 물난리에 앞으로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일제 강점기 간척 사업으로 논밭으로 바뀐 땅 지표면이 금강보다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노후화된 배수 장비를 교체할 예정이고 배수장도 새로 짓고 있다지만 그래도 내년 농사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멍한 상태”라는 이 농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후속 보상 수속 등 몇 개월은 손 놓고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에 내린 비에 나바위성지도 피해를 입었다. 십자가의 길로 쏟아져 내린 화산의 토사와 부러진 나무들이 심각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좋은 뜻이 있겠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해 앞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았던 농부의 말을 한 번 더 묵상하게 되는 날이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