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용근 개신교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현대는 데이터 사회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데이터에 기반한 지식과 정보 자산이 경제와 산업 분야를 넘어 정치와 사회, 일상을 이끈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종교계 유일의 통계 조사 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www.mhdata.or.kr)는 개신교 교회와 사회의 현상을 통계 조사를 통해 분석하고 목회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지용근 대표를 만나 종교 관련 통계 조사가 어떻게 종교 활동에 기여하는지 들어본다.
불확실성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래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일깨웠다. 누적된 부조리와 무분별한 인간 활동의 결과로 코로나19는 불확실성을 절감하게 했다.
종교는 경배의 시공간을 빼앗기고 관계의 방식이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종교적 진리를 선포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종교적 가르침의 권위는 여전히 확고한 것이어야 하지만, 종교는 이제 세상과 사회의 현상을 더 정확하게 관찰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통계 조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연구소는 우선적으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종교적 직관이 뛰어난 목회자들은 자신의 ‘감’과는 다른 정보와 의견들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합니다.”
교회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목회자들이 종교적 소명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대와 사회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도들의 원의와 갈구를 알아들어야 한다. 여기서 유용한 도구 중 하나가 통계 조사다.
조사전문가이자 신앙인으로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의해 설립됐다. 지용근 대표가 목회와 일반 사회 조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2019년, 이에 앞서 2016년에는 ㈜지앤컴리서치를 세워 본격적인 교회 통계 조사 시장에 나섰다. 지앤컴리서치는 실제 통계 조사를 수행하는 리서치 회사이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공개된 통계 조사 결과 중에서 목회와 설교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들을 분석, 정리해 제공한다.
갤럽에서 전문성을 키워온 그가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시작한 것은 목사인 대학 친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통계 조사 전문가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사들이 필요로 하는 통계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취지에 공감한 이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언론에 게재된 통계 기사들을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 통계 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하지만 보도자료 역시 전문가의 눈에는 부족합니다. 보고서 전체를 분석하다 보니 보석 같은 자료들이 숨어 있었고, 이를 식별하고 분석해서 유용한 목회 자료로 정리했습니다.”
2019년 6월 12일자(인구 절벽, 그리고 개신교 인구 변화)로 창간된 통계 기반 주간 보고서 ‘넘버즈’는 올해 7월 30일자까지 총 250호가 발행됐다. 주간 리포트는 연구소 홈페이지와 구독신청자 이메일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며 구독자 수는 2만여 명에 이른다. 연구소는 유튜브를 통해 넘버즈 해설영상과 보고서에 수록된 기독교 통계도 유튜브로 별도 제작, 서비스하고 있다.
목회 활동에 유용한 통계
통계 조사가 어떻게 목회 활동에 기여할 수 있을까? 지 대표는 우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 때 교회들이 자기 중심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도들에게 교회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느냐고 물으면,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합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질문하면 그 수치는 20%에 그칩니다. 이 심각한 괴리는 교회가 게토화돼 있어서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한다는 증거입니다.”
지 대표는 여러 조사에서 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20%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사회봉사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봉사할 때 전도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과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이는 그냥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통계 조사가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요청입니다.”
통계 조사를 통해 볼 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소그룹 중심의 목회다. 코로나19 이후, 이미 쇠락하고 있던 종교적 관심과 열정이 빠르게 식었다. 신앙이 약해지고 영적 갈등이 깊어졌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이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은 극심하게 나타났고 목회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소그룹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이후 소그룹이 활성화된 교회의 목회 활동이 성공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그룹 안에서의 신앙생활 체험이 없는 교회는 침체됐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소그룹 활동을 더 자주, 더 길게 하는 교회가 성숙하고 성장한다. 관련 통계 조사 결과가 목회 자료로 공유됐고, 개신교회 전체에 소그룹 붐이 일었다.
종교적 무관심, 그 대안들
한국 종교계는 ‘탈종교화’에 고심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기성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성찰로 이어진다.
“개신교에 대한 인식이 자주 부정적으로 나타납니다. 이기적, 폐쇄적, 배타적,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들입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지요.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를 바꿔야 40대도 포함한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숨 쉬게 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정확한 조사 데이터에 근거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과 전략을 담은 ‘한국교회 트렌드’를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펴냈다. 교회가 주목해야 하는 10가지 트렌드 키워드가 담겼다. 지 대표는 그중에서 ‘교회 거버넌스’(Governance)와 ‘약한 고리 3040’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 참여적이고 수평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의 전환, 그리고 가장 역동적이지만 취약한 고리인 30대와 40대에 대한 집중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의미에서다.
신도들의 표양이 빛이요 소금
교회 내적으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강한 신앙을 가진 이들과 주변부 신도들의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신앙이 강한 사람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격차가 커진다는 의미에서 ‘하향 양극화’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에서 소그룹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동시에 하느님 백성의 모범적 삶의 표양이 종교적 감화를 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종교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은 누구를 통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요? 10년 전에는 목사 등 성직자였지만 이제는 신도들입니다. 주위 신앙인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종교에 대해 실망하고 신뢰도 떨어집니다.”
신앙인들이 소그룹 안에서 밀도 있는 종교적 체험을 충만하게 나누고, 그것이 이웃과 사회로 흘러넘침으로써, 비로소 신앙인들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 하느님 백성의 열망과 갈구를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 파악해 교회가 미래를 열어가는데 헌신하려는 것이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의 소망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