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성당 순례

[수원교구 성당 순례(2)]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성당

이승훈
입력일 2024-08-11 수정일 2024-08-12 발행일 2024-08-18 제 340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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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성경 장면 담은 타일 벽화 눈길
대성당 등 곳곳에 성미술 작품 가득
건축 당시 ‘동양 최대 규모’ 성당 기록
교구민 전체 위한 공동체 자리매김

판교IC에서 태재고개 방향으로 언덕길을 오르면 언덕 위로 서있는 건물이 보인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현대풍을 가미한 건물로 화강석을 외장으로 한 웅장한 건물. 우뚝 솟은 탑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그리스어 키로(XP)와 물고기를 합친 십자가 형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498에 자리한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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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요한성당 피에타 상. 이승훈 기자

■ 예술과 함께하는 성당

성당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피에타 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소장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교황청의 원본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일 뿐 아니라 재료 역시 원본과 같이 토스카나 지방의 원석을 사용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피에타 상을 멀리 떨어져서 유리 너머로 감상해야 한다면, 분당성요한성당에서는 장애물 없이 더 가까이서, 또 더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피에타 상을 중심으로 성당을 오르는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가면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는 성경의 장면이 담긴 타일 벽화 ‘하느님의 인간 구원 역사’가 펼쳐진다. 벽면에는 천지창조에서부터 예수님의 승천에 이르기까지 구약 9장면과 신약 13장면이 담겼다. 1층에서 5층에 이르는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길이만도 240m에 달한다.

3층 대성당도 성미술로 가득하다.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를 비롯해 강론대, 독서대, 성수대 등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김대건 성인상을 조각한 것으로도 유명한 한진섭(요셉) 작가의 작품이다. 십자가와 제대 위 성령상은 이용덕(루카) 작가가, 성당 창문을 채운 유리화는 떼제공동체의 마르크 수사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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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요한성당 대성당. 이승훈 기자

파이프오르간 역시 또 하나의 예술품이다. 독일에서 제작된 이 오르간은 총 65개의 스톱과 5134개의 파이프, 3개의 콘솔로 구성됐다. 규모나 음색에 있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파이프오르간이다.

이 밖에도 고해소, 감실 등 대성당에만 6명의 작가의 작품들이 채워졌고, 성당 전체에 걸쳐 10명이 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성당 안팎 구석구석에서 성당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은 성당 설계 당시부터 기획, 제작된 작품들이다. 특히 각 작품에는 성당 설계와 공간에 담긴 의미와 맞물려 성경과 신학의 의미도 담겨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성당이 그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신자들이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다. 본당은 이런 다양한 예술품들을 신자들이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알고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성당 곳곳의 예술품들을 해설해 주는 ‘본당 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초대본당 주임이었던 고(故) 김영배(요한 사도) 신부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꼭 자리에 있지 않으면 가치 없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많은 작가들이 제안을 받아들여 혼신을 다해 작품 제작에 들어갔고, 나는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신학적인 사고를 불어넣어 이 작품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도왔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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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요한성당. 타일 벽화 ‘하느님의 인간 구원 역사’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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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요한성당. 이승훈 기자

■ 더 많은 신자들을 품기 위해

대성당 입구 오른편에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두상과 유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성당의 주보성인은 성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한 성인인데, 왜 김대건 신부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이는 분당성요한성당에 인접한 태재고개가 김대건 신부와 인연이 닿은 곳이기 때문이다. 태재고개는 절두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미리내로 옮기던 길목이다.

더 많은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박해를 무릅쓰고 순교한 김대건 신부처럼, 분당성요한성당도 더 많은 신자들을 품기 위해 건축됐다.

성당은 지하 5층, 지상 5층으로 대지 3962.9㎡에 연건평 2만306.5㎡에 이르는 규모로 지어졌다. 대성당은 3층 1600석, 4층 1000석으로, 한 번에 2500명이 미사를 드릴 수 있고, 소성당까지 합하면 3000여 명이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다. 건축 당시에는 국내뿐 아니라 동양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화제가 됐다.

이렇게 큰 성당을 지은 이유는 성당 건물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분당 신도시 계획이 진행되면서 분당 지역에는 40만 명의 인구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1993년 분당성요한본당이 설립되던 당시에는 분당에 성당부지가 단 두 곳뿐이었고, 설립된 본당은 분당성요한본당 하나뿐이었다. 건축 당시부터 수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해야만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큰 성당을 지어야 했던 것이었다.

이후 분당성요한본당이 여러 본당을 분당해 나가면서 지금은 분당구에만 7개의 성당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분당성요한성당은 1만5000명이 넘는 신자들의 공동체가 함께해 여전히 많은 신자들을 품어주는 성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분당성요한성당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본당 신자뿐만 아니라 교구민들도 품어주는 성당이기도하다. 2006년 교구에 대리구제가 시작되면서 성남대리구 중심 성당으로 지정됐고, 2018년 대리구제가 개편된 후에는 제2대리구 중심 성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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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요한성당. 타일 벽화 ‘하느님의 인간 구원 역사’ 중 그리스도의 승천.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