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교학 분야 세계적 석학 스티븐 베반스 신부 토착화 열기 식은 교회 우려 지역 상황과 경험 탐구하는 ‘상황 신학’ 관심 촉구
“토착화에 대한 헌신은 교회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우리는 ‘박물관’이 될 것입니다.”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방한한 스티븐 베반스 신부(시카고 가톨릭신학대학원 명예교수, 말씀의 선교 수도회)는 “(보편)교회 전체에서 토착화가 ‘냉각’됐다”고 우려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신학의 발전을 위하여」(Ad Theologiam Promovendam)에서 신학자들과 교회가 지역 문화와 현대 사상에 더 많이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베반스 신부는 시카고 가톨릭신학대학원 교수로 30여 년 재임하면서 미국선교학회 회장,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및 세계교회협의회 세계선교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세계적으로 토착화 신학의 대가로 평가를 받는 석학이다.
“전통적인 문구나 단어가 비록 정통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문화와 경험 속에서 표현돼야 합니다.”
특히 베반스 신부가 정립하고 체계화시킨 ‘상황 신학’은 자의교서 「신학의 발전을 위하여」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상황 신학은 현재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각 신자, 또는 신앙공동체의 경험을 고려하면서 교회의 전통적인 지혜를 해석해 나가는 신학의 한 방식이다. 교황은 자의교서에서 시노드적이고 선교하는 교회와 일치하는 신학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위해 “상황 신학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반스 신부는 “상황화(Contextualization)는 토착화의 개념을 넘어 현대의 세속성, 기술과학, 그리고 인간 사회 및 생태적 정의를 위한 투쟁의 현실도 포괄한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대로, 상황 신학을 해야만 오늘날의 세계에서 ‘신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한국 신학이 보편교회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저술이 있었고 신학 학술대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지만, 서유럽 언어나 다른 아시아 언어 등 다른 언어로 번역되지 않아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의 초청으로 방한한 베반스 신부는 방한 기간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강연과 한국 신학자들과의 좌담회 등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험한 한국 신학의 우수성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희망했다.
베반스 신부는 특별히 심상태 몬시뇰(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성사전담)의 신학을 높이 평가하면서 “심 몬시뇰의 논문집이 번역돼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그의 심오한 사상과 학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반스 신부는 앞으로도 저서를 통해 한국 신자들과 교류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상황화 신학」, 「예언자적 대화의 선교」 등이 한국어로 소개됐고, 현재 신작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의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저의 큰 희망 중 하나는 제 책이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과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특히 성직자들 사이에서 시노드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선교적 교회론을 강조한 제 책이 한국 신자들과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들끼리 서로를 더 깊이 신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