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사제에 ‘경청' 의무 강조…'여성의 동등한 존엄성' 표명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10월 27일 폐막미사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투표권을 가진 355명의 시노드 대의원들은 26일 각 항목별로 투표를 통해 최종문서의 내용을 승인하고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황은 이 문서가 교회의 사명을 안내해 줄 ‘매우 구체적인 지침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에 시노드 후속 권고를 작성하지 않고 즉각 발표하도록 했다. 최종문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최종문서는 제1·2회기의 논의 내용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서가 2021년 10월 시작된 시노드 여정을 통해 이어진, 전 세계 모든 지역교회의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한 순환적 대화와 식별의 과정 끝에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교황은 대의원들이 승인한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신학자인 리카르도 바토키오 몬시뇰은 26일 교황청에서 열린 시노드 최종문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최종문서를 명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교황의 교도권적 문서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구성적 차원
최종문서는 서문과 결론 외 5개 장, 155개 항목으로 구성됐고 51쪽 분량이다.
최종문서는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구성적 차원’으로 제시한다. 즉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질적 요소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를 더 ‘참여적이고 선교적’ 방향으로 이끌며, 호기심이나 일시적 추세가 아닌 교회의 근본적인 이해 방식으로 여긴다.
선교 지향적이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모든 단계에서 상호 경청, 대화, 공동체적 식별을 위한 모임(28항)이다. 뿌리는 예루살렘 공의회와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시노드 회의에 두고 있으며, 이는 대화, 식별, 결정의 과정을 통해 교회 공동체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이처럼 세계주교시노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교회에서 시노달리타스가 차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위치에 대한 확인이다.
교회 내 경청과 식별 절차
모든 계층에 적용할 것 당부
주교·사제는 신자들 의견 귀 기울이고
의사 결정 전 ‘자문’ 실시 요청여성 부제서품과 성소수자 등
중심 주제로 다루지 않았지만
시노드 연구 그룹 과제로 넘겨
참여적 의사 결정
문서는 또한 교회 내 모든 의사 결정은 참여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 식별 과정에서 가능한 한 폭넓은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82항)이다.
이는 성령이 추기경이나 주교, 사제들에게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활동하고 계심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서는 제시된 경청과 식별의 절차가 모든 교회 계층에 적용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시노드가 처음으로 주교들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다른 구성원들을 포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의 시노드들에도 해당된다(136항).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해 평신도들이 “주교 선출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력한 제안도 담고 있다.(70항) 아울러, 모든 교회 계층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95항)
주교와 사제의 경청 의무
문서는 나아가 주교와 사제의 ‘경청할 의무’를 강조한다. 경청과 참여는 문서의 가장 핵심적 요청이다. 주교와 사제들은 교구와 본당에서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도록 강력히 요청된다. 특정한 경우, 현재 교회법에 따라 의사 결정 전에 자문을 실시할 의무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목적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 결과로부터 합당한 이유가 없이는 벗어날 수 없고, 그 이유는 적절히 설명돼야 한다.(91항)
또한 교도권에 기초해 의사 결정을 할 주교, 주교회의, 로마 주교의 권위를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권위 행사가 “한계를 지니며, 특히 참여적 기구를 통한 정당한 식별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92항) 본당 수준에서도 교회는 특히 소외된 이들에게 경청해야 하며, 본당들이 “경청과 동행의 사목”을 도입할 것을 권한다. 또한, 시노드적 방식은 “속도의 차이를 정당한 다양성의 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며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변화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한다.(124항)
사목평의회 등 참여기구 의무화
최종문서에는 사목평의회, 교구 시노드, 그리고 기타 참여적 기구들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대의원들은 두 차례의 본회의 회기 내내 신자들이 교회 생활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할 방법을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교회 생활의 중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속된 본당이다. 이에 따라 라틴교회와 동방가톨릭교회 모두의 사례를 살피며 다양한 자문기구를 검토했다.
라틴교회에서는 교구 시노드, 사제 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재정 평의회 등의 참여적 기구들이 참여, 책임, 투명성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기구들은 이미 교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이 기구들이 의무화돼야 하며,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완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04항)
논란의 주제들
그 외에 일부 첨예한 논란이 된 문제들은 중심 주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최종문서에 포함됐다. 교회 내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60항은 ‘여성의 동등한 존엄성’을 명확하게 표명하면서 시작된다. 교회 내 모든 수준에서 여성의 참여를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교회 기관의 책임자, 교구청, 로마 교황청”에서의 역할을 포함한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법에 이미 제공된 모든 기회의 완전한 실현”을 요청한다. 또한, 사제와 부제의 양성 과정에서 “여성의 중요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148항)
반면 여성 부제직 서품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2021년 시노드 개막 당시 기혼 남성 사제 서품, 여성의 부제 서품, 성소수자(LGBTQ)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기대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제들은 시노드 연구 그룹의 과제로 넘어가 폐막 이후의 과제로 넘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들은 논의의 배경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즉,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부제직 서품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 부제 서품에 대한 여러 부정적 언급들에도 불구하고 최종문서는 여전히 문을 열어두었다. 즉, “여성이 교회 내에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유나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여성의 부제직 접근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열려 있으며 이 분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60항)
성소수자(LGBTQ) 문제에 대해서도 제1회기보다 더 개방적인 태도와 자유로운 논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주제 역시 별도 연구 그룹에 배정됐기 때문에 집중적 토론은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대의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 문서에서 ‘LGBTQ’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혼인 상황,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으로 인해 배제되거나 판단받는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교회가 경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50항)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