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성인이지만 혼자 생활 못해…적절한 치료는커녕 생활비도 막막 “머물 곳도 생활비도, 앞날이 보이질 않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말이 늦거나 전혀 말을 하지 않기도 했고, 한 가지 습관에 집착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자폐’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폐’라는 병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그리고 막내인 다섯째까지도 정도는 다르지만 자폐에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누구를 원망할까. 이 씨의 가슴은 무너졌지만, 정작 누구를 탓하거나 무너져 내릴 틈도 없었다. 지적장애인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에 벅찬 일인데, 다섯이나 되는 지적장애 아이를 돌보려니 ‘눈코 뜰 새 없다’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한 아이에게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고 있으면 또 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수습하고, 수습하고, 또 수습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밖에서 놀던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실종신고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눈물을 머금은 채 아이를 찾아 헤매기도 했고, 아이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가족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마저 일어났다. 정도가 심했던 넷째는 이웃집 차를 손상시키는 등의 사건으로 1년간 보호감호를 받고 강제 입원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아이가 실종됐을 때는 너무 걱정되고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주님께서 ‘네 자식이기 전에 내 자식’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그러고 나서 아이를 찾았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주님께서 주신 보석이고 보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호전됐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들이 끼친 피해들을 아직 다 배상하지 못한 상태다. 이 씨 가족의 수입은 아이들의 아빠 대건 안드레아(65) 씨가 택시 운전으로 벌어오는 120만 원 안팎의 수입과 노령연금, 지적장애 1급인 막내에게 나오는 장애연금 40만 원 정도다. 막내도 21살이 된 지금, 성인 7명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아직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생활비와 치료비 모두 도움 없이는 막막할 따름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집이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낡은 집은 누전으로 집의 절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보일러 배관이 낡아 물이 새는 데다, 집 곳곳에, 아이들 방까지도 곰팡이가 슬었다. 또 넷째와 막내가 폭력적 성향을 보일 당시에 창문들을 깨뜨려 창문에 임시로 비닐을 붙여놓았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황이라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보증금도 없거니와 지적장애 아이들이 있다 보니 받아주는 집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위에 지적장애 자녀를 둔 다른 부모님들을 보면 아이를 위해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해주는데, 저희는 아주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이제 저도 60살이 넘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는데, 그저 아이들이 주님을 믿고 주님 자녀로 살아가길 기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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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