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대림 특집] 성탄을 준비하는 사람들

박효주
입력일 2024-11-24 수정일 2024-11-26 발행일 2024-12-01 제 341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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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 맞이하는 설렘으로 아기 예수님 기다립니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4) 임마누엘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1주, 설레는 마음으로 대림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대림환을 만든 신자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주님성탄대축일 주님 안에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예비 신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대림환 만들기 - 서울 무악재본당 

“나를 내려놓고 귀한 손님 맞이할 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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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서울대교구 무악재성당에서 조윤주 씨가 대림환 만들기 중 비단향을 다듬고 있다. 박효주 기자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복음 낭독과 함께 대림환 만들기가 시작됐다. 11월 23일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주임 김민석토마스데아퀴노 신부) 신자들은 대강당에서 대림환을 만들고 꾸미는 시간을 가졌다. 김민석 신부는 “오늘이 대림 4주간을 의미 있게 보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도구인 대림환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대림환 꾸미기에 나선 15명의 신자들은 보라색과 분홍색의 초 네 개, 유리병, 오아시스, 측백나무 등 다양한 준비물로 각양각색의 대림환 만들기를 시작했다. 서로서로 “꾸미는 잎들과 초가 너무 가까우면 잎이 촛불에 탈 수 있다”, “꽃과 잎들을 너무 조금 넣으면 별로 안 예쁘다” 같은 팁도 공유하며 함께했다.

손영민(비비안나) 씨는 “‘기다림’의 대림 시기는 너무 귀한 손님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내려놓는 시간인 듯하다”며 “대림 때마다 매년 그해의 목표를 지향했는데 이번에는 그룹 성서 봉사를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림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림환 만들기를 주관한 헌화회 담당 안 비비안나 수녀(예수성심시녀회)는 “스스로 준비한 대림초에 불을 붙이고 기도하며 대림 시기 의미를 더 깊이 깨닫길 바란다”며 “대림 시기가 묵상을 통해 더 기쁜 성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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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서울대교구 무악재성당에서 열린 대림환 만들기에 참가한 김은영 씨 가족이 완성 후 김민석 신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효주 기자

 

■ 주님성탄대축일에 세례 받는 예비 신자들 - 서울 청담동본당

주님 자녀로 첫 발, 설렘 가득한 예비 신자 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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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청담동성당에서 예비 신자반 최고령자 박창섭·유정자 씨 부부가 강의를 듣고 있다. 박효주 기자

“앞으로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을 갖추길 기대합니다. 새 신자로서 믿음을 키워나갈 날들이 기다려집니다.”

11월 24일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베드로 신부). 주님성탄대축일에 세례식이 예정된 예비 신자들의 교리가 한창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신자가 되는 최고령 부부 박창섭·유정자 씨는 나란히 출석해 금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신자로서의 기대감을 나타낸 박창섭 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교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당 강당은 스무 명 남짓한 예비 신자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들은 누구보다 대림 시기를 간절한 ‘기다림’으로 맞이하는 듯 보였다. 

부부 예비 신자인 최 엘리사벳 씨는 “남편은 불교, 나는 개신교 신자였는데 남편이 성당에 함께 나가자고 해 한 분이신 하느님을 남편과 함께 믿고 싶어 입교하게 됐다”며 “주님성탄대축일이라는 뜻깊은 날에 받는 세례는 우리 부부에게 큰 선물이고 올해 성탄이 평생 의미있는 날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씨는 “앞으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ME 모임 등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보였다.

절박한 상황에서 입교를 결심한 예비 신자도 적지 않았다. 장윤희 씨는 “편찮으신 어머니가 천주교 신자인 가정간호사·요양보호사님 덕분에 대세를 받을 수 있었다”며 “버거운 선택의 순간이 계속되는 중에 주님께 기도하고 싶고 신자 분들이 주시는 도움에도 감사해 입교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이어 “3월에 통신교리를 시작해 9개월 만에 받는 세례라 오래 기다린 만큼 가장 큰 선물 같은 날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비쳤다.

홍지연 씨는 “인대 재건술을 받은 뒤 예후가 안 좋아 걷게만 해주시면 성당에 다니겠다고 하느님께 기도한 뒤 거짓말처럼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며 “냉담 중이던 남편도 성당에 다시 다니게 된 기쁨에 더해 성탄이라는 의미 있는 날 주님의 자녀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말씀 안에서 신앙을 전한다는 마음…새 신자들이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도록 돕고 싶어”

예비 신자들이 새 신자로 거듭나길 기다리며 본당에서도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주일반 강의를 맡은 김미정 수녀(세노리나·예수의까리따스수녀회)는 “예비 신자들을 맞이하기 두세 달 전부터 이분들을 지향으로 두고 기도해왔다”며 “가르치기보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신앙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부활과 또 다른 절정인 성탄에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예비 신자를 담당하는 본당 부주임 박용준(요한 사도) 신부는 “세례를 앞둔 분들이 지향과 간절함을 가지고 예수님 탄생과 세례를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시길 바란다”며 “복음을 듣기는 쉽지만 소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세례 후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세례 후 6개월간 후속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계속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예비 신자 교리반 봉사자 윤상희(마리아) 대표는 “나도 모태 신앙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비 신자분들께 공감이 많이 된다”며 “어색하고 어렵겠지만 성당에 자주 나오셔서 신자분들과 친교를 나누다보면 신앙을 더욱 활짝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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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자들의 세례를 함께 기다리는 김미정 수녀와 봉사자들이 교리 전 기도를 하고 있다. 박효주 기자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