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점’ 보는 가톨릭 신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주연
입력일 2024-12-29 15:51:43 수정일 2025-01-02 16:47:24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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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보려는 그릇된 심리…인간 욕망으로 하느님 뜻 거스르는 일

신년이 되면서 한 해 운세를 점치려는 사람들로 점술 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특별히 탄핵 사태로 정치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가운데 그 조사 과정에서도 무속 점사 등과 밀접히 연관된 증거들이 나오며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온라인 점술이 활성화되면서 기계에 익숙한 MZ 세대 등 젊은이들이 SNS, 점술 앱, 운세 서비스에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신자들 상황은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신자들도 사주를 보고 사주, 관상, 타로 등에 돈과 시간을 쏟는다. 신앙을 가진 이들이 점술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왜일까?

미래 쉽게 보여준다는 매력에 신자 대부분 별 생각없이 접근

길일이나 손 없는 날 확인 등 무심코 역학에 기대려는 마음
하느님 향한 경외심 배제하고 사탄·마귀에게 의뢰하는 행위

우리 삶에 함께 걷고 계시는 하느님 만나는 노력 우선돼야

신통한 것을 찾아

한 스타트업 분석 업체에 따르면, 앱을 통해 사주나 신점 타로를 보는 이들이 최근 2년 사이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점술 시장의 호황은 개인 중심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강화된 현상으로 지적된다. 일단 사람들이 점술에 빠지는 이유는 ‘신통한 것’을 찾는 종교적 심성과 아울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분석된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불안정하고 알 수 없는 앞날을 보장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점이나 사주, 관상, 토정비결 등을 따르는 데에는 오랜 세월 한민족 역사와 함께하며 민간신앙의 핵으로 기층문화를 형성해 온 샤머니즘도 한 배경을 차지한다. 기도와 제사, 점복과 주술로 소원 성취를 빌어준 샤머니즘은 운명 신앙, 주술 신앙 등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이는 미신 만능과 주술적 기복 신앙 등의 심성을 키웠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한민택 신부(바오로·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점술이나 역술이 유행하는 데에는 거대한 상업 논리가 작용하고 종교성을 소비하도록 상품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상업 논리를 통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하기에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술과 역술에 담긴 논리에 빠지게 된다”고 풀이했다.

생각해 볼 것은 이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규칙성이 없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설득이 어려우며 중독처럼 빠지게 되거나 혹세무민이 될 위험성이 있다. 사회적인 파장도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지도자나 권력을 잡은 이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만큼 심각한 문제가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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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번화가에 자리잡은 점술, 타로집들. 서로의 궁합을 알아보고 싶어하는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운세 점술을 가까이하는 신자들

수도권 교구 한 본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 30대 A씨는 최근 자주 앱을 통해 전화 타로 상담을 한다. 굳이 타로 가게를 가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편해져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를 건다. ‘신자로서 잘못된 것이 아닐지’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답답해질 때 점술 앱을 찾으면 위로를 받기도 하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전화 걸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또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사주와 역학은 통계이고 학문을 공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는 B씨. 그래서 운세를 보거나 신년 토정비결을 찾아보는 것은 ‘가톨릭 신앙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고 느낀다. 미리 닥칠 미래 흐름을 알면 준비하거나 조심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취재 과정에서 알아본 A씨와 B씨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는 신자들이 사주를 보고 결혼 ‘길일’을 받거나 이사 때 ‘손 없는 날’ 등을 살펴보는 등 역학 점술에 의지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기념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영세 이후 점, 택일이나 작명, 궁합을 본 적이 있다’는 답은 25% 정도를 차지했다. 그중 3.5%는 ‘여러 번 있었다’고 응답했다. 유아세례를 받은 신자가 점술을 ‘한두 번’ 경험한 비율이 자발적으로 입교한 신자보다 높았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점술을 체험했다는 경향이 있었다. 2017년 서울대교구 사목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4%가 토정비결이나 사주, 관상, 타로 등을 체험했다고 답했다. B씨의 사례처럼 토정비결이나 사주·궁합 등 민간신앙은 종교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가르침은 분명하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모든 형태의 점(占)은 물리쳐야 한다’(2116항)고 명시한다. 이유는 ‘우리가 당연히 하느님 한 분께만 드려야 하는, 사랑의 경외심이 포함된 영예와 존경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점(占)’을 ‘사탄이나 마귀들에게 의뢰하는 것, 죽은 자를 불러내는 것, 미래를 ‘꿰뚫어 본다’고 하는 그릇된 추측 등이 그러한 예’라고 명시한다. 그러면서 “탄생 별자리를 믿는 것, 점성술, 손금, 전조(前兆)와 운명에 대한 해석, 환시 현상, 점쟁이(무당)에게 물어보는 일 등에는 시간과 역사, 나아가서는 인간까지 지배하는 능력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감추어져 있으며 신비로운 능력들을 장악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숨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희망을 주는 하느님 알려야

신앙인들이 점술에 흔들리는 것에 대해 교계 전문가들은 “신앙에서 미래를 안다는 것, 지금 일어난 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점술이나 역술이 아닌 영적인 식별을 통해 가능하기에 신앙의 식별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한민택 신부는 “신흥종교, 신영성 등 다양한 종교적 요소들이 ‘종교 박물관’처럼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과 무엇이 다르며, 신앙은 왜 이 길을 진리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일깨우는 ‘백신식’(백신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교리교육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 신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경이 전하는 인간과 인간 삶 역시 연약하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했지만, 그런 인간에게 하느님이 구원을 이루셨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그렇게 시련 속에 산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우리 삶의 위기 한가운데 들어오시어 함께 걷고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목상담이 현장 사목 안에서 강화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형화되고 익명화된 교회 현실에서 사목자와 신자 간 친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심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 삶의 고민과 아픔을 짚어주고 공감해 주는 점술은 쉽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해성사 현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 한국그리스도교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는 “판단하고 해결책을 주고,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신자들이 지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해져야 한다”고 했다. 또 최 신부는 “성직 수도자로 구성된 사목상담 창구 마련이 절실하며, 고해성사 자체도 치유와 회복의 채널로서 그 역할이 심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