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교회 두 번째 청각장애인 사제 김동준 신부
2월 9일 오전 11시 서울대교구 성산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김동준(갈리스토) 신부는 그 기쁨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남다른 감회에 잠겼다. 14년 전 바로 이날, 사제가 되겠다는 각오로 한 수도회에 입회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2007년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사제로 서품된 박민서 신부 이후 18년 만에 한국교회 두 번째로 서품된 청각장애인 사제다.
“사제 성소를 향해 걷는 길에 매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각지도 못한 사랑 역시 많이 받았습니다. 서품 예식의 순간순간과 첫 미사는 그 사랑을 한꺼번에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듯한,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약물복용에 따른 후유증으로 3살 때 청력을 상실한 김 신부는 청각장애 특수학교를 다니며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 안에서 성장했다. 모태 신앙을 지닌 신실한 가톨릭 집안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레 성당 활동에도 꾸준하게 열심히 참여했으나, 청소년기에는 냉담에 빠지기도 했다. 강론을 포함한 미사 전례 안에서 발생하는 어떤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당시 그에게 미사는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다. 대학 졸업 후 고단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수어 통역 미사에 참례해 사제의 강론을 이해하고 묵상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무질서함을 벗어나 하느님을 향할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자 이정표로 다가왔다. '농인 사제를 통해 수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모든 성사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갈망도 점차 피어올랐다.
의사소통 어려움·외로움 컸지만
동료·교수 등 도움 준 이들 많아
서품까지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
이런 마음이 계기가 되어 한 수도회에 입회를 결정했으나, 수어를 전혀 모르는 청인(농인이 아닌 사람) 형제들과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입회를 포기했다. 그러다 몇 달간 식별 끝에 다시 입회 허가를 받고, 사제가 되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절대 녹록지 않은 길이었다.
“신학과 철학 공부, 사도직 현장에서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같은 언어와 문화에 속한 동료가 없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컸다”는 김 신부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때마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다독여 주시며 이끌어주셨다”고 전했다.
이후 수도회를 떠나 2023년 2월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6학년 과정에 편입하는 굴곡도 겪었다. “이를 통한 수많은 십자가의 경험들은 ‘예수님을 조금씩 더 헤아려 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 김 신부는 "또 예수님과의 친밀한 우정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선물이었으며, 저를 사제로 양성시키고자 하는 하느님의 고유한 이끄심이었다”고 덧붙였다. 그 세월 속에는 수어를 독학해 배워 통역을 해주었던 동료 수도자, 일대 일 별도 수업을 진행해 주었던 교수 등 곁에서 사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김 신부는 “어려움을 하느님께 겸손하게 내어 맡기고 서품을 받을 수 이끌어 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겸손함을 유지하며 거룩한 교회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사제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약자에 대한 감수성과 따스함을, 강자 지향의 비장애인 문화에 예수님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문화가 인간적인 배려와 공감의 문화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