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몸 신학 교리] 욕망, 원초적 알몸이 지닌 의미의 근본적 변화

이승훈
입력일 2025-04-16 09:41:32 수정일 2025-04-16 09:41:32 발행일 2025-04-20 제 3438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에 대한 앎 부족하면 자신에 대한 앎도 부족해져
결국 ‘자기 정체성’ 결핍으로 이어져

요한의 첫째 서간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인간에 관해 계시된 진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세 가지 형태를 육의 욕망, 눈의 욕망,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이라 했다.(2,16-17 참조) 이 욕망들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 즉 욕망 그 자체보다 욕망의 근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밝히며 인간에 관한 진리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말한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그리고 사람이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2,23) 외치며 서로를 보았던 신적 시야가 ‘음욕을 품고’ 바라봄으로써 그를 소유 혹은 사용하려는 대상으로 변화된 것이다.

먼저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3,10) 자신들의 실존 뿌리인 알몸을 부정하고 숨었지만 그분의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내가 그분을 부정한다 해도 나는 그분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창조의 질서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알몸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부끄러움과 연관되는데, 사람이 그 의미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그 변화를 살펴보자.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2,25)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3,7)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3,10) 부끄러움이 두려움으로 변화했다.

존재 자체를 뒤흔든 ‘두려움’, 감정으로 느낀 이 두려움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것을 덮으려 했을까? “타락의 증상인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부분은 이 구절이 들어 있는 문맥 안에서 숙고되어야 하고, 부끄러움은 그 순간 가장 심오한 차원을 건드립니다.”(27과 1항) 하느님의 모상성과 유사성인 인간 본성은 선물로서 스스로 내어줌인데 그것을 덮겠다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없는 내가 되겠다는 것이고, 나 또한 너에게 선물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이 먼저 “너 어디에 있느냐?”(창세 3,9) 물었다. ‘무엇을 했느냐?’고 묻지 않고, ‘너’라는 존재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확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알몸이 두려워 숨었다고 말하지만 따 먹지 말라는 것을 먹은 그 사실을 두려움으로 덮어 놓은 부끄러움, 그의 잘못을 일깨운다. 사람의 대답에서 하느님에 대한 앎의 결핍이 드러남을 묵상할 수 있다. 놀랍게도 하느님에 대한 앎이 부족하면 자신에 대한 앎도 부족하고, 앎에 대한 결핍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결핍으로 이어진다.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에서 그 구체성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정확함이 우리를 놀랍게 한다. 육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인간 감정의 표현과 깊이 그리고 하느님의 모상성과 유사성을 지닌 인간 몸의 속성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하느님이 선물로 나에게 왔고, 그 선물을 다시 내어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관계의 단절은 곧 하느님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앎의 결핍이 인간 정신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욕망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하신 말씀이 깊이 와닿는다. “나는 네가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리라.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 …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6-19)

내어주는 사랑의 관계를 떠나면 남을 탓하여 자신을 지키려 하고, 사랑의 관계로 돌아갈 때는 관계 속의 ‘너’에게 참회와 고백을 한다. 그래서 먼지로 돌아가라는 말씀과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씀은 한 선상이다.

Second alt text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