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잠든 성모 대성당은?

이승훈
입력일 2025-04-28 09:02:41 수정일 2025-04-28 09:03:50 발행일 2025-05-04 제 3440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겨지는 곳…교황, 유언 통해 성당 지하에 묻어주길 희망
Second alt text
로마 성모 대성당 전경. 이승훈 기자

“저는 언제나 저의 삶과 사제직, 주교직을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 맡겨드려 왔습니다. 제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교황 대성전인 성모대성당에서 쉬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작성한 유언을 통해 자신을 로마 성모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의 지하에 묻어주길 희망했다. 성모대성당은 전 세계에 4곳뿐인 대(Major) 바실리카 중 하나로,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성모대성당은 성모님의 지시로 세워졌다. 328년 8월 5일 성모님은 자녀가 없어 걱정하던 로마 귀족 조반니 부부의 꿈에 나타나 “눈이 내린 곳에 성당을 지으면 소망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성 리베리오 교황을 찾아간 조반니 부부는 교황 역시 같은 꿈을 꿨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들은 한여름의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에 눈이 쌓인 기적을 봤다. 그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 성모대성당이다. 이런 전설로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Second alt text
2023년 4월 1일 로마 성모 대성당의 ‘로마 백성의 구원 성모성화’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대성당에 묻힌 첫 번째 교황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도 호노리노 3세·니콜라오 4세·성 비오 5세·식스토 5세·클레멘스 8세·클레멘스 9세 등 6명의 교황 무덤이 성모대성당에 있었다.

성모 순례지로 유명한 세계의 많은 곳들이 성모대성당과 영적 유대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구대교구 성모당, 청주교구 감곡 매괴 성모순례지,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등 30여 곳의 성당이 성모대성당과 영적 유대를 맺고 있다.

성모대성당은 한국교회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 설정 칙서를 반포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 이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보좌주교와 교구장으로 사목할 당시 로마에 올 때마다 이 성당을 방문했다. 교황 선출 다음날 첫 일정으로 성모대성당을 찾아 기도했고, 이후로도 사목 방문 전후나, 기회가 될 때마다 성모대성당을 찾아 기도했다.

특히 교황이 기도하기 좋아했던 곳은 ‘로마 백성의 구원 성모성화’(Salus Populi Romani) 앞이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의 모습이 담긴 이 성화는 복음사가인 성 루카가 그렸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를 순회하는 세계청년대회의 상징물의 성모 성화가 이 성화의 사본이기도 하다. 교황은 유언을 통해 성모대성당에서 자신의 무덤이 자리할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했는데, 바로 이 성화가 있는 파올리나 경당 옆의 공간이다.

교황은 자서전 「희망」에서도 “교황으로서 사도 순방을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에도 꼭 (성모대성당을) 들러,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저를 이끌어 주시고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시며, 제 모든 행보를 보살펴 주시기를 청한다”며 “저는 성모님과 함께할 때 참된 평안을 느낀다”고 성모대성당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