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

[새 교황 레오 14세] 페루 선교 사제 양현우 신부가 전하는 페루 교회 반응

민경화
입력일 2025-05-14 09:19:58 수정일 2025-05-14 09:19:58 발행일 2025-05-18 제 344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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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트루히요교구에서 선교 중인 의정부교구 양현우 신부, 페루 교회 소식 전해
선교사 시절 남달랐던 사랑에 ‘친근하고 따뜻한 이웃이자 가족, 목자’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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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치클라요시 가톨릭신자들이 5월 8일 치클라요교구 주교좌 성모대성당 앞에 모여 레오 14세 교황의 사진을 들고 교황 선출을 기뻐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선교사로 활동했던 페루의 신자들은 “레오 14세 교황님은 페루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출신이지만 그가 어느 나라 소속인지는 중요한 일이 아닌 듯 보였다. 자신이 머물렀던 선교지의 문화, 사람들의 신앙을 존중하며 이웃이자 가족으로 살았던 레오 14세 교황을 기억하는 페루인들은 “교황님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에게 페루는 제2의 고향이다. 1988년부터 11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고, 2014년 11월 3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페루 치클라요교구의 교황 대리로 임명되며 주교 서품을 받았다. 2015년 9월 26일 치클라요교구장으로 임명된 뒤 페루 주교회의 부의장, 문화 및 교육위원장, 경제평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페루 트루히요(Trujillo) 교구에서 선교하고 있는 의정부교구 양현우(바오로) 신부는 “페루에선 정말 페루인이 교황님이 되셨다며 진심으로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양 신부는 “페루사람들이 ‘이 사람은 정말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그동안 교황님이 페루에서 보인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그만큼 교황님도 페루를 사랑하시며 당신의 나라로 여기셨고, 페루 사람들도 교황님을 이웃으로, 가족으로 인식하며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페루 인터넷 상에서는 페루의 상징 음료인 잉카콜라를 들고 다른 손으로 페루인들이 즐겨먹는 세비체를 든 교황 사진 ‘밈’(meme, 인터넷과 SNS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기 콘텐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양 신부의 설명이다. 또한 감자가 주식인 페루에서 ‘가장 좋은 감자(papa)가 교황님(Papa)’이라는 농담을 하며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축하하고 있다는 소식은 교황이 페루에서 어떤 선교사로 살아왔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교지에 머문 시간과 관계의 돈독함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페루 신자들이 교황을 일컬어 ‘페루의 가슴(마음)을 가진 교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페루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선교사제로 그들 곁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은 목자였다고 페루 신자들은 기억했다.

양현우 신부는 “교황님은 치클라요교구의 특히 가난한 곳,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을 방문하며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그들을 위해 일하셨다고 들었다”며 “페루 방송의 여러 인터뷰에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교황님이 겸손하고 검소하시다는 것.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는 것,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듣기를 즐겨하셨다는 것,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분이었다는 것, 교황님께 다가오는 이들을 항상 따뜻이 반기는 분이라 회고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