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본당 사제들, 사목 현장 ‘관계·소통’ 문제 성찰…“교회 체질 변화 필요성 체감”

이주연
입력일 2025-06-25 08:34:08 수정일 2025-06-25 11:53:51 발행일 2025-06-29 제 344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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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옥현진 대주교 “시노달리타스, 삶과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오랜 여정 필요”

‘동행’, ‘친교’, ‘변화의 시작’, ‘허심탄회’, ‘위로’, ‘희망’, '편견 없는 대화', ‘감사’, ‘함께하는 기쁨’, ‘보았습니다’ 주교와 사제, 봉사자에 이르기까지 6월 17일부터 사흘간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함께 한 50여 명은 2박3일의 여정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나누며 모임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고받은 단어와 문장에서는, 모임 동안 시노드 교회를 살기 위한 행동과 실천을 나누며 체험한 깊은 형제애가 묻어 나왔다. 
이번 모임은 지난해 교황청 요청에 따라 열린 1차 모임과 달리,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공동 식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며 나눈 이 시간이 한국교회 성장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노드 이행 단계의 응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이번 모임의 의미를 키워드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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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19일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에서 열린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중 참석 사제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주연 기자

정례적·능동적 모임 

지난해 열린 1차 모임은 교황청 주교대의원회(현 시노드 사무처)에서 공문을 통해 지역 교회 차원의 본당 사제 모임을 제안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2024년 5월 15일 공문을 통해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지역 교회에서 적어도 두 차례의 본당 사제들의 시노달리타스 모임을 제안하며 그 결과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공유하여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사제 6명의 건의도 모임 개최에 영향을 미쳤다. 시노드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체험한 이들은, 그 경험을 한국의 사제들과도 나누고자 주교회의에 모임 개최를 제안하며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성사된 1차 모임에서 참석 사제들은 본당 사제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공식적인 자리 마련을 요청했고, 이 건의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수용돼 매년 정례적인 모임을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올해 개최된 2차 모임은 그 첫 번째 열매로, 한국 주교단의 결정에 따라 정례적이고 자발적으로 실시된 본당 사제 모임의 시작이었다.

관계와 소통 

이번 모임의 주제 ‘관계와 소통’은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 「최종문서」 50항에서 비롯된다.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관계로 초대하고, 구원은 그 관계로부터 오기에 시노드 교회가 되려면 관계의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이행하려는 뜻에서 정해졌다. 

이런 차원에서 참석자들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관계들의 진정한 회심을 이뤄 시노드적인 교회를 이룩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성찰했다. 이 주제는 「최종문서」에 나타난 시노드 정신의 핵심을 보여주고, ‘사목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문제’로 적절했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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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19일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에서 열린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중 조별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주연 기자

6개 조로 진행된 주제별 대화와 나눔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고백하고, 그동안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진솔하게 밝혔다. 

참석자들은 제1주제 ‘관계를 돌아보기-보다’에서 평신도·수도자·동료 사제 등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과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을 토로했다. 사제들은 대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제2주제 ’소통으로 나아가기-듣다, 그리고 말하다'에서는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자기 중심성에서 일어난 소통의 어려움을 나누고, 자신의 상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것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공감하는 소통 방식의 중요성도 이야기됐다. 

제3주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행동하다’는 「최종문서」의 방향성을 사목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제들은 “머리로만 알던 시노달리타스를 몸으로 체득했고, 이는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교회의 체질 변화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노드 방식에 대한 혼란과 의심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인내와 희망을 품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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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19일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에서 열린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중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파견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이주연 기자

함께 가는 길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참석한 사제 대부분은 “이런 모임이 상시로 열렸으면 좋겠다”,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함께 식별하는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202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모임의 지속적 개최를 결정한 만큼, 앞으로도 이 모임은 계속될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면 모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규모를 확대해 내년에 한 차례 더 열고, 후속(심화) 모임도 계획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 안에 더욱 깊이 확산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임을 동반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양성의 필요성도 제안됐다. 최문석 신부(안드레아·청주교구 배티 순교 성지 담임)는 “현재는 2024년 국제 모임에 다녀온 사제들이 대화 진행자(퍼실리테이터)로 함께 하고 있지만, 다양한 모임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양성 과정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옥현진 대주교 - “‘성령 안에서 대화’로 진정한 공감·유대 나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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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19일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전 일정에 사제들과 함께 한 옥현진 대주교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시몬,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동참했다. 첫 모임에는 격려 차원으로 찾아 일부 일정만 참석했지만, 올해는 조 모임을 포함한 2박3일 전 일정에 함께했다.

옥 대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동안, 사제단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공감과 유대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며 “교구와 본당을 뛰어넘는 만남 안에서 마음의 소리를 편안히 전할 수 있었던 점도 허심탄회한 나눔을 가능하게 한 큰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제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함께한 것이 위로와 격려가 됐다’는 반응을 들으며 서로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주교님이 함께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노드 정신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한 옥 대주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스며들어 삶이 되고, 그 삶이 문화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1차 모임에 참여했던 사제들의 체험과 성령 안에서의 마음 열림이 이번 모임을 여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옥 대주교는 “사제들을 통해 ‘기쁨’이라는 성령의 열매를 발견했고, 이를 더욱 넓고 깊게 확장해 많은 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직을 먼저 세우고 시작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스며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시노드를 단지 한 번 경험해 보는 수준으로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재삼 역설한 옥 대주교는 "이번 1·2차 본당 사제 모임 역시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체험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해 가는 여정이라 여긴다”고 전했다.

“이러한 체험들이 재현되고, 새로운 만남을 계획하며 서로 연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하기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