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 지음/560쪽/3만 원/바오로딸 두 시대를 연결하는 역사이자 일관된 흐름 나타내는 증거들
기원전과 기원후, 구약과 신약이라는 두 시대를 가르는 전환의 지점. 그 역사적·사상적 공백처럼 여겨졌던 ‘신구약 중간 시기’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이 시기는 구약과 신약이 하나로 연결된 역사이자, 견고하게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진 장구한 흔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지점이 있기에, 성경이 전하는 구원의 역사는 하나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신구약 중간 시기」는 그 낯설지만 중요한 시기에 주목한다. 책은 구약과 신약 사이 신구약 중간 시기의 사상적 흐름과 정치적 상황, 종교적 특성 등을 파악하는 연구서 성격을 띠면서, 그 시기와 관련된 필수적 학술 정보들을 모아 소개한다.
신구약 중간 시기는 용어조차 생소할 정도로, 아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未知)의 기간이다. 그 때문에 마치 아무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고, 어떤 문헌 제작도 이뤄지지 않은 공백 기간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또 같은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차이 때문에 각 교파 학자 간 일치된 관점과 심층적 학술 연구 또한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지 않은 분야다.
세상이 전복되는 듯한 세기말적 혼란과 불안이 곳곳에 만연해 있던 이때는 다양성(Diversity)과 다원성(Plurality)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었다. 또 부당한 관료주의와 혈흔 낭자한 박해로 인해 극도로 비대해진 공포와 불안은 저마다의 항거와 순응, 불복종과 복종을 다채롭고 다원적으로 표출하게 했다.
저자는 “다양성과 다원성이라는 특징을 독특한 현상으로 작동시키면서 진화한 시기가 신구약 중간 시기”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 연구를 통해, 구약 시대의 세기말적 상황(기원전)이 어떻게 해서 ‘기원(紀元)’을 중심으로 신약의 새 시대로 들어서고(기원후), 그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사상적·정치적 흐름을 역동적으로 관통해 이어갈 수 있었는지 구체적 단서와 지평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중요성을 말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에서 전문적인 용어들을 정리하고 정의한다. 2장에서는 해당 시대를 주도한 ‘정신 사조들’을 고찰한다. 3장은 용어와 정신 사조들에 대한 접근을 토대로 신구약 중간 시기의 구체적 역사와 정황들을 살핀다.
4장에서는 ‘외경’ 등 이 시기에 제작된 여러 작품을 개관하고, 5장에서는 4장에서 고찰한 작품들 안에서 발견되는 주목할 만한 신학적 주제들을 고찰한다. 또 심화해야 할 주제가 있는 경우 ‘보충 글’의 형식으로 다뤘고, 연구 진행에 도움을 주는 간단한 내용들은 ‘참조’로 정리해 이해를 도왔다.
「신구약 중간 시기」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던 이 시기의 핵심 정보를 폭넓게 망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다수의 성경 관련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고 강의해 온 저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학술적 내용을 친절하고 명확하게 풀어낸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