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대교구 구미 신평본당, 광주 5·18민주화 현장 방문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30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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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아픔 통감하며 진실 마주하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찾은 구미 신평본당 신자들이 국립5·18 민주묘지 추모탑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신평본당 제공

대구대교구 구미 신평본당(주임 성용규 도미니코 신부) 신자들이 지난 6월 13일 광주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찾았다. 5·18의 역사적 현장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보고 들은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혼란과 불편을 느낀 이도 있었다. 구미 신자들은 광주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광주를 찾은 신평본당 신자들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일명 ‘비·상’이라는 이름의 모임 참가자들이다. 비·상은 본당 주임 성용규 신부가 신자 재교육 차원에서 지난 4월 27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미사 후 열고 있는 모임이다. 참가자들은 모임에서 매주 발행되는 가톨릭신문 기사를 읽고 토론한다.

비·상 모임은 가톨릭신문 5월 29일자 2면에 실린 ‘광주대교구 5·18 42주년 미사’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유독 이 주제에 대해서는 평소와 다르게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성 신부는 광주 방문을 추진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5·18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믿고 계셨다”고 말한 성 신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 사상,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진실’ 그 자체를 찾는 것”이라며 광주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광주 방문에 함께한 신자 33명은 국립5·18 민주묘지, 전일빌딩245, 옛전남도청을 순례했다. 광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성 신부는 미리 준비한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배경과 과정, 국내와 세계 언론의 평가 등을 설명하며 사전 이해를 도왔다.

신자들은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역사의 현장을 돌아봤다. 245곳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에서는 누군가의 자녀이고 혹은 누군가의 부모였을 희생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5·18 현장에 있었던 위성삼 해설사는 생생하게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다친 친구를 치료해주기 위해 앉았는데, 그때 제 머리 위로 총알들이 날아갔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살려준 것입니다.”

노영숙(이사벨라) 해설사는 “진실을 아시고 몰랐었다 고백하시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안타까웠지만,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구미 신자들이 가장 놀랐던 것은 광주시민들의 환대였다. 가는 곳마다 광주시민들은 친근하게 경상도 손님을 맞았다. 전일빌딩245에서는 떡을,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는 발효식초를 신자들에게 선물했다.

김근복(베드로) 본당 사무장은 “광주분들이 경상도 사람들이 왔다는 사실에 고마워하시고 또 미안해하셨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알던 사실과는 달라,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신자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신자는 “그때 당시 뉴스에서 본 것, 그동안 들어왔던 이야기와 많이 달라 아직까지 혼란스럽다”며 “많은 묘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한민족끼리 서로서로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 신부는 “우리의 방문으로 위로받는 그분들을 보며,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광주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며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거짓이 없는 사회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