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7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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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지음/319쪽/1만3800원/멘토프레스
마지막 여정 함께했던 ‘영적 돌봄’ 소중한 22일의 기록
임종 앞둔 88세 어르신
품위있는 죽음 위해 함께한
호스피스 간병사의 체험기
교감하며 진심을 내어주는 
진정한 돌봄의 의미와 가치
‘나’의 죽음은 ‘나’만의 것일까. 인간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죽음을 고민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죽기 때문이다. 앞으로 맞이할 죽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88세 도미니코 어르신이 보낸 마지막 22일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인간적인 죽음을 위한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는 호스피스 간병으로 도미니코 어르신의 행동, 생각, 감정 등 일거수일투족에 함께하며 체험하고 느낀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07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16년 이상 ‘죽음학’을 연구하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해왔다. 그러다 노년의 말기 삶과 인간적 임종을 직접 만나고 연구하기 위해 호스피스 간병사로 활동하다 도미니코 어르신을 만났다.

먼저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12년 후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을 경험한 기억을 써내려간다. 그러나 단순히 저자의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이 죽음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죽음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한 인격체가 생애 말의 돌봄에 이어 인간적인 임종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회적 담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가족과 친구, 주변인과의 인간관계 그리고 신앙은 임종을 어떻게 맞이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저자는 호스피스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신을 ‘내어줌’이란 무엇인지, ‘영적 돌봄’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도미니코 어르신의 마지막 여정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환자가 어떤 과정을 겪게 되는지, 그때 곁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 환자를 돌봐야 할지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임종에 가까울수록 사람은 자기 손보다 다른 사람의 손을 더 필요로 한다. 특히 임종 과정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마무리된다. 매일 얼굴과 발 마사지를 해주는 저자에게 도미니코 어르신은 “남에게 받는 발 마사지는 평생 처음”이라며 “천국”이라고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저자는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는 말씀대로 병실에서 간병사로서 사랑을 실천할 때 어르신은 행복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책은 돌봄 속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환자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세바스티아노) 신부는 추천사를 통해 “인간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돌봄을 필요로 하고, 모든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돌봄을 주고받아야 한다”면서 “이 책을 통해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돌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실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