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3-05-16 수정일 2023-05-16 발행일 2023-05-21 제 334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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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 딛고 생명 되찾은 감동 사연들
자살시도 후 수녀와 상담한 뒤
솔직한 심정 적어준 글들 모아

김경우씨가 무상으로 봉헌한 삽화.

이춘자 수녀 기획/김경우 삽화/158쪽/비매품/미래로병원

벼랑 끝에 몰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적은 글들. 글씨 쓸 곳이 없어 약봉지나 달력 뒷장, 영수증 뒷면 등에 빼곡하게 채웠던 글들이 세상에 나왔다. 구미 미래로병원(병원장 류동근)에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이춘자 수녀(아녜스·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가 환자들의 사연들을 모아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를 펴냈다.

이 수녀는 2020년 12월부터 미래로병원에서 정신질환 환자들, 그중에서도 자살시도를 했던 환자들을 만나 상담과 기도를 하고 있다. 한 번에 30분씩, 하루에 8~9명을 만나 대화하는 이 수녀. 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환자들은 상담 중 미처 다하지 못했던 사연들, 혹은 말 못 할 감정들을 글로 적어 이 수녀에게 하나둘씩 전달했다.

자살시도자들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낸 이춘자 수녀.

“나중에 공책을 사서 환자들에게 나눠주며 일기도 쓰고 하고 싶었던 말을 적으라고 했어요. 며칠 뒤에 이 공책들은 문학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냥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사연들을 모아 이 수녀는 류동근 병원장과 상의했고, 이번에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

책 제목을 정하는 데 영감을 준 강대현씨의 시 ‘힘내!’는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만 생각하고 살자’고 다짐한다. 장미숙씨는 ‘슬프다 그냥’이란 시에서 ‘고통의 길도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로 걸어가겠다/ 멀고 먼 길이라도’라며 타인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함을 토로한다.

책을 만든다고 하자 도움도 잇따랐다. 류동근 병원장과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는 책 제작비용을 보탰다. 김경우(베드로)씨는 삽화를 직접 그려 후원했다. 안동교구장 두봉(레나도) 주교와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등은 격려글로 마음을 표현했다.

환자들이 공책에 써서 이춘자 수녀에게 보낸 사연들.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장 차바우나(바오로) 신부는 격려글에서 “인간은 자신의 한마디를 할 수 없고 이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며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면, 또 그것을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당부했다.

※문의 1588-1717 미래로병원(대표전화)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