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이 시기를 단순히 경제위기 극복차원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신질서를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교회가 중심이 돼 일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며 이를 위해선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회의 각종 나눔 운동을 한 차원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명동성당에서 마련된 경제난 극복을 위한 특별강연회에서 법정스님은 『현재의 경제 붕괴는 성수대교와 같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리 예고됐던 사건』이라고 강조, 『우리국민들의 흥청망청 지나친 과소비, 타락한 도덕성이 그 원인』임을 개탄한 바 있다.
최창무주교도 같은 특강에서 『경제난국은 경제로 풀 것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인 우리의 정신개혁과 생활태도의 개선』을 전제, IMF위기가 도래한 것도 또 그 해결방법도 경제주체인 사람이 변화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동안 교회는 IMF 국제 구제금융시대를 맞으면서 가장 발 빠른 모습으로 실직자 문제에 관심을 쏟아왔으며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각 교구에서는 교구차원의 실직자 프로그램을 각각 발표하고 어떤 모습으로든 실직자들과의 나눔을 실천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신자들은 봉급을 쪼개 나누거나 각본당별로는 무료식당을 겸한 실직자 쉼터건립,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직자들과의 나눔을 가시화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실직자 프로그램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을 일부 나눠주는 소극적인 의미의 노력과 함께 우리 모두의 잘못된 가치관을 스스로 변화시켜 가는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교회 각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실직자 프로그램이 얼어붙은 이 사회에 사랑의 불을 지피는 효과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박해시대 우리의 신앙선조들이 부자가 아니었어도 나눔으로써 모자람이 없이 배고픔을 함께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정신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정신 파탄의 결과
그런 점에서 현재의 IMF위기상황을 단순히 고통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에 걸쳐 잘못 뿌리내린 정신적 파탄의 결과임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교회도 일부 프로그램에 의존, 실직자를 위한 도움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강해 실제적인 IMF정신을 옳게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MF정신이 흥청망청해 왔던 지난 삶을 반성하고 가난의 정신을 심어주고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어 주는 것이라면 전체 교회 차원에서 이 같은 지침을 만들고 지속적인 신자교육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신 개조운동의 적기
교회가 실천하고 있는 실직자 프로그램을 단편적으로 실직자 돕기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정신개조 운동의 차원에서 반성해 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닥친 시련이야말로 30여 년간 젖어온 분에 넘치는 과소비를 벗고 우리의 흐트러진 정신을 바로잡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대주교도 가치관을 바꾸면 행복해진다며 IMF시대 우리의 잘못된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IMF가 주고 있는 교훈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회가 추진하고 있는 실직자 프로그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실직자들을 정성껏 돕고 머리로 변화되는 삶을 살 때만이 가능하다.
실직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과 함께 교구차원, 본당 차원에서 우리의 삶과 정신자세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